[국민연금 어떻게 굴렸나]한통株 편입비율 46%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2분


《온 국민의 노후 생활수단인 국민연금이 주먹구구로 운용되고 있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위험분산 원칙을 어기며 한국통신 주식을 46%나 편입하고 부실기업의 주식 채권을 사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보기도 했다. 기금의 장기 운용전략이나 장기 목표 수익률도 없다. 특히 내년부터는 공공부문에 맡겨둔 33조원이 단계적으로 금융부문으로 넘어와 자기책임 아래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형편이어서 보완대책이 시급하다. 본보는 최근 올해 1∼8월 국민연금의 주식과 채권투자 내용을 입수해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의뢰했다. 》

▼ 주식 ▼

99년초 한국통신 주식의 편입비율(장부가 기준)은 49.89%였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작년 1년간 편입비율을 계속 줄여 작년말에 22%대가 됐다. 그런데 운용본부는 2월 한달간 한국통신 100만주를 매입했다. 8월말 편입비율은 46%대로 다시 높아진 반면 주가는 급락해 이 종목의 평가손실률만 54%를 넘었다.

올해 국민연금의 주식과 채권부문 수익률
구분1∼9월10월1∼10월
주식수익금-1,447,625-192,012-1,639,637
기간수익률-46.7-10.6-52.7
종합주가지수-40.3-16.1-50.0
채권수익금1,297,003257,0501,554,053
연환산 수익률13.3017.0413.76
회사채 금리9.66(A+)8.63(AA-)-

또 8월말 투자종목군에는 동아건설과 광주은행 등이 있다. 동아건설은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광주은행은 지주회사로 편입된다. 장기운용이 기본인 국민연금은 업종 전망에 기초해 종목을 골라야 한다. 단기 성과를 노리다 보면 퇴출종목도 포함돼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

▽기금운용본부 해명〓한국통신 비중 과다는 92∼94년 정부로부터 한국통신 주식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물량이 워낙 많아 한꺼번에 줄이기 어려웠다. 올초 재매입한 것은 정보통신업종 전망이 좋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부실종목은 현재 모두 처분했다.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심해 단기차익도 노려야 한다.

▼ 채권 ▼

회사채는 보통 위험자산으로, 국고채는 무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작년말 국민연금은 회사채 비중이 28.2%였다. 회사채 규모는 97년말 4618억원(13%), 98년말 2629억원(5%)에서 작년말 3조1226억원으로 급증했다. 안정 운용이 생명인 국민연금에서 위험자산 비중이 단기에 급증한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8월말 신용등급 BBB인 회사채 투자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 더구나 1조원 중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회사채가 9100억원이나 된다. 작년 12월에는 현대건설 1000억원, 현대상선 1500억원을 각각 샀다. 당시는 현대그룹 신용도에 의문이 제기되던 때였다. 매입 채권에 대한 안정성 검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해명〓내년에는 현재 공공부문에 들어간 33조여원 중 상당액이 국공채에 투자돼 내년말 회사채 비중은 10%대가 된다. 현대그룹 회사채는 매입 당시 A급이었다. 부실채권은 없다. 전체적으로는 자산담보부유동화증권(ABS)과 사회간접자본(SOC)채권에 초기투자해 수익률이 높다.

▼ 장기전략 부재 ▼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수입과 지출 계획에 따른 장기 운용전략과 목표수익률을 먼저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기전략이 없어 이같은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 일어났다는 것.

국제금융센터 이원재 선임연구원은 “미국 연기금은 향후 지급해야 할 추산치에 따라 채권비중을 결정하고 나머지를 주식에 배분한다”며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도 장기 기대수익률을 짠 뒤 주식과 채권 등의 보유비중을 정한다”고 지적했다.

운용본부 장길훈 투자전략팀장은 “연금의 장기 재정 추계가 어렵기 때문에 장기전략 수립이 쉽지 않지만 현재 작업 중”이라며 “지금은 실적평가 기준을 국고채 수익률을 초과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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