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후진국 '외채와 빈곤' 14가지 해결책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2분


□'50년이면 충분하다'/ 수잔 조지 월든 벨로 반다나 시바 외 지음/ 최봉실 옮김/ 304쪽 1만원/ 아침이슬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필리핀, 자메이카…. 과중한 외채부담과 IMF, 세계은행의 잘못된 처방이 겹쳐 낭패를 본 국가들이다.

남미 구조조정의 모범국 칠레. 1982년 남미대륙을 강타한 외채 위기에서 칠레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대해진 재벌, 구리 가격의 폭락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정해진 수순처럼 IMF에 지원을 요청했다. 지원의 조건이었던 IMF 프로그램은 칠레에게 과다한 희생을 요구했다. 무역장벽 철폐로 수입이 증가했고, 외화벌이를 위한 자연자원의 남획과 절대 빈곤층의 확대가 그 결과였다.

필리핀은 더 참담하다. 매년 국가 예산의 40%가 부채 상환에 사용되면서 경제 성장은 뒷전으로 밀렸고, 농업 수출품 확대 정책에 따라 농지는 상업자본에 넘어갔다.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이론으로 무장한 국제 경제기구들이 왜 이렇게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50년이면 충분하다’는 몇가지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경직된 정책 방안. 나라에 따라 처해 있는 입장이 다른데 이런 점은 인정하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나친 경제 개방과 시장 중심 정책. 산업 경쟁력이 뛰어난 선진국은 대외 개방이 약이 될 수 있지만, 산업기반이 취약한 국가에게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지만, 뿌리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 나무는 제대로 된 바람 한번만 불어도 날아가 버리는 것 처럼. 세번째는 채권국의 이익만을 중시한 정책 대안. 국제경제기구가 제시한 정책의 밑바닥에는 어떤 경우에도 부채를 떼이지 않도록 채무국의 구조를 변경시켜야 겠다는 목적의식이 깔려 있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국제 경제기구들의 도덕적 해이. 1990년대초 세계은행은 6000명이 넘는 인원과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운용 예산을 사용했다. 예산중 상당 부분이 급여와 연금을 비롯한 복리후생에 사용됐고, 조직이 비대해지다 보니 관료화 또한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남반부의 외채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년이면 충분하다’가 제시한 14가지 해결책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부채 탕감. 엄청난 외채가 남아 있어 지금의 왜곡된 구조가 개선될 수 없다면, 또 제공된 외채의 상당 부분이 선진국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후진국들이 견딜 수 있을 만큼으로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18세기 이후 제국주의 시대의 지배력은 군사력이었지만 이제 지배력은 자본으로 바뀌었다. 제국주의가 두차례 세계전쟁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처럼 무한대로 팽창하는 자본의 힘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알 수 없다. 이것을 막기 위해 후진국이 살아 숨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결론을 곱씹어 보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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