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도전적’일 것 같은 카레이서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카레이서 대부분이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극도로 차분하고 냉정해야 하거든요.”
항상 예리한 판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술은 금기라고도 덧붙인다.
박정용씨(43·카멘파크)는 한국에서 열린 첫아마추어 대회인 87년 영종도 경기에서 우승한 후 한국자동차경주를 이끌어 오다시피했다.
전업레이서가 되기 전에는 기아자동차 연구소에서 테스트 드라이버로 일했다. 처음 레이싱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경주용 자동차의 소리. 그 다음에는 하나하나 운전 기법을 배우는 묘미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돌리고 밟는 게 아니라 정교한 기계를 다루듯 상황별로 기법을 배웁니다. 핸들을 쥐는 법부터 새로 배워야 하니까 완전 초보보다도 그전에 운전버릇이 잘못 든 사람이 오히려 레이싱 배우기 힘들죠.”
레이서 지망생들은 동호인 클럽이나 자동차경주협회를 통해 코치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박씨가 잊지 못할 경기는 88년 파리다카르 랠리. 22일간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경기다.
“알제리에서 엔진이 고장났어요. 경기를 계속할 수 없어 출국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죠. 당시 알제리는 비자보다 환전영수증이 더 중요했는데 제 것을 팀장이 가지고 있었거든요.”
세관에서 여권을 빼앗더니 하루만 쓸 수 있는 임시통행증을 주면서 ‘하루만에 차가 고장났다는 증명을 안해오면 수감하겠다’고 겁을 주더란다.
“다행히 나중에 우연히 이를 알게된 팀장이 영수증을 가지고 되돌아 왔어요. 알제리에서 발이 묶인 3일간 한국의 회사와 가족은 경기도중 죽었는 줄 알고 난리가 났었다더군요.”
내년에는 규격 경기장을 달리는 투어링보다는 랠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랠리에는 옆좌석에 타는 ‘코드라이버(co―driver)가 아주 중요해요. 코드라이버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로의 경사 회전각도 도로상태까지 면밀히 분석한 후 차가 달리는 동안 계속 불러줍니다. 그걸 듣고 레이서가 운전하는 거죠.”
둘 중 하나라도 자칫 실수하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지금의 코드라이버인 호주사람과 출전한 경주에서는 3번 우승했다.
“레이서는 운전만 할 줄 알아서는 발전가능성이 없어요. 차의 기계적인 측면까지 속속들이 알아야 하죠. 또 한국이 아직 레이스 후진국이라 외국어를 잘해야 해요. 특히 일본책들을 보면 공부가 많이 되죠.”
박씨는 일어서기 전 후배 레이서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