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환율급등으로 업계 혼란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8시 41분


원화환율이 급격히 올라 산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원화환율은 22일에도 연중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 기업들이 내년도 사업계획을 다시 손질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출업체들은 채산성면에서는 나아져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무역협회는 원화가치가 10% 하락하면 수출물량은 그 해 4.29%, 이듬해 2.14%, 그 다음해 0.72% 등 3년간 7.15% 늘어나 총 20억달러의 수출증가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출비중이 60∼80%대인 전자업계의 경우 환율 급등이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도 수출계획, 신제품의 가격 결정, 네고(가격 등 협상)시점 결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오히려 바이어들이 국산제품 구매를 꺼리고 가격결정에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유인열이사는 “환율이 오르면 바이어 입장에선 당연히 가격인하를 요구하지만 원재료의 수입원가상승, 결제시점에서의 환율예측 등을 해야 하는 수출업체 입장에선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이사는 “특히 중국산 등과의 경쟁이 치열한 중저가제품의 경우 바이어와의 이런 마찰은 장기적으로 수출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업계는 무엇보다 환율에 따라 상승한 수입가만큼 이를 판매가격에 적용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 고민. 최근 내수시장이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사업 계획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그룹은 “내년 기준환율을 1050∼1100원으로 설정해놓았는데 이렇게 환율 움직임이 가파르면 이를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 역시 모두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전망에 따라 사업 목표가 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명재·정영태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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