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직장폐쇄에 들어간 한국철도차량은 ‘일단 합치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빅딜이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3사가 철도차량 제작부문을 떼내어 99년 8월 설립한 철도차량 통합법인.
의욕적으로 출범은 했지만 경영전망은 밝지 않았다. 3사 통합으로 생산시설이 연간 1500량 규모로 커졌지만 국내 수요는 연간 200량 수준. 해외수주로 돌파구를 찾아야 했지만 기술력이 못 따라갔다. 전국의 5개 공장은 경영진의 교통정리가 없어 특화하지 못한 채 차량을 중복 생산해 하루 평균 15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경영이 부실해졌지만 노조는 각각 기존 회사의 조직을 그대로 유지해 ‘한 지붕 세 가족’ 노조체제를 고수했다. 회사측은 단일 노조와 대화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노동부가 ‘2사 1노조’에 대해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노조는 기존 회사 때의 단체협약을 그대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다 협상이 결렬되자 10월부터 파업에 들어갔고 회사측은 직장폐쇄로 맞대응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