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구조조정정책 문제점비판

  • 입력 2000년 12월 8일 19시 58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가 추진해온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정책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KDI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편입 3년을 맞아 8일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경제구조조정 평가 및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지난 3년간의 구조조정은 부분적 목표달성에 그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내년 거시경제정책은 ‘선 구조조정, 후 경기부양’의 원칙 아래 추진하고 경기부양을 하더라도 재정정책보다 금리 등 통화신용정책을 활용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지.

▽기업 구조조정〓삼성자동차와 대우 등 부실대기업 처리로 ‘대마불사’와 도덕적 해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꾀했으나 상당수 부실기업 정리가 늦춰지면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짧은 기간에 많은 부실징후기업을 심사하는 정부의 ‘몰아치기식 기업퇴출작업’으로 퇴출대상기업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다. 퇴출에서 제외된 기업도 앞으로 살아날지 여부가 불확실해 자금난이 이어졌다. 청산돼야 할 기업이 금융지원을 받으며 존속하면 건실한 경쟁업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커진다.

부실을 초래한 기업주 및 이를 묵인한 ‘경영감시자’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해 ‘처벌을 통한 학습효과’가 줄어들고 구조조정의 공정성에 대한 노동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공기업의 경우 포항제철을 시작으로 민영화를 원칙대로 추진하고 ‘낙하산 인사’ 및 자의적 개입을 막아야 한다.

주주에게 손실을 입힌 경영자 및 이를 묵인한 감시자에게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배임 및 배임교사 등과 관련된 기업인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이와 연루된 정치인 및 관료도 처벌해야 한다. 분식결산을 묵인한 회계법인은 물론 공인회계사 개인도 처벌해야 한다.

▽금융 구조조정〓3년간의 금융구조조정은 금융시스템의 전면마비를 막았고 잠재부실을 어느 정도 드러나게 했다. 그러나 신용위험 평가와 자원배분, 부실대기업 정리는 미흡하며 불법, 불공정거래도 여전히 많다.

부실금융기관을 청산이나 자산부채이전(P&A)방식으로 처리했던 98년과 달리 작년 중반부터 모든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면서 처리기준도 모호해졌다.

정부는 주요 금융기관을 국유화해 경영정상화를 이룬 뒤 민영화한다는 현재 금융구조조정의 기본전략 대신 신속한 민영화전략을 논의해야 한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는 지주회사 방식이 아니라 3자매각 P&A 청산 등 공적자금 손실을 가급적 줄이는 방식이 좋다.

▽거시경제운영〓외환위기 후 신속한 경제회복은 구조개혁 추진에 유리한 여건을 만든 반면 구조개혁의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다. 최근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수출증가율도 둔화될 전망이어서 구조조정을 통해 거시경제정책 여건을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추가적인 외부충격이 없으면 내년에 5%대 경제성장과 3%대 물가상승, 60억∼8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하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내수침체 심화로 4% 내외의 성장과 3% 내외의 물가상승, 100억달러 내외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또 금융불안이 길어지고 자금중개기능이 움츠러들면서 소비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침체가 확산될 것이다.

국제유가가 더 오르고 구조조정도 지연되면 최악이다. 경기침체와 기업 및 금융부실 확대의 악순환이 나타나고 금리 환율 등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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