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독자적인 길로 나선 9월 이전부터 형제간 그룹 주도권 다툼이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들 3형제는 이 과정에서 과연 어떤 득실이 있었을까. 재계는 ‘현대 3형제’의 향후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자경영에 성큼 나선 MK〓가장 득을 많이 차지한 쪽은 큰 형인 MK로 꼽힌다. 그는 5월까지만 해도 현대그룹 총수 자리를 내놓고 야인(野人)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었다. 고집스럽게 자동차그룹 분리작업을 추진, 마침내 국내 최대 자동차사를 중심으로 한 하나의 새로운 그룹으로 거듭났다.
MK가 차지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재계 4위(자산기준). 불확실한 현대 총수자리보다는 알토란같은 자동차그룹을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 가장 확실히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실속 못챙긴 MH〓MH는 이번 분가과정에서 상처만 남았다. 5월말 현대그룹 총수자리를 놓고 경쟁했을 당시에는 부친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이 손을 들어줌으로써 일단 현대본가(本家)를 차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MH측은 흔들렸다. 더욱이 그룹이 3두체제로 재편되면서 금융 계열사들의 해외 매각이 확실시됨에 따라 금융마저 관할권을 벗어날 상황이다. 현대전자 역시 계열분리가 예상된다.
아직은 MH가 관할하는 계열사들을 합치면 재계 2위 자리(자산기준)를 차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내년 말 계열분리될 경우 순위는 5위로 밀려날 전망.
▽꿈많은 MJ〓MJ의 현대중공업 그룹은 내년 하반기 그룹에서 분리되면 자산 11조4000억원, 연간 매출 7조원의 재계 10위권 그룹에 성큼 진입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외형이 아니라 그동안 장자 우선의 전통을 보였던 현대 집안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낼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 정치인 축구협회장 등 대외활동에 비해 집안에서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던 그는 MK―MH의 화해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
엄청난 변화를 겪은 현대 3형제는 현재 외견상 조용하다. 그러나 3형제간 경영체제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앞으로도 변수는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