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체임버스 사장의 사무실. 전망 좋은 창가에 널찍한 공간, 호화로운 사무집기 등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3평 공간에 PC가 놓여진 ‘ㄱ’자형 책상 하나. 소파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나마 칸막이도 윗부분이 유리로 돼 있어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챔버스 사장의 사무실 풍경은 ‘검소함과 평등주의’로 요약되는 시스코 기업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홍보담당자인 그레첸 보겔은 “시스코에서는 매니저급 이상 간부의 사무실은 크기나 구조, 가구가 모두 똑같다”면서 “CEO나 임원들을 위한 별도의 주차공간도 없다”고 설명했다.
임원도 항공기로 출장을 갈 때는 직원과 마찬가지로 3등석을 타야 한다. 1등석이나 2등석을 이용하려면 자기 돈을 추가로 들이거나 마일리지를 이용해야 한다.
체임버스사장이 시스코에 처음 부사장으로 영입됐을 때 공항에서 할인혜택이 있는 장기주차권 대신 단기주차권을 받았다가 경리직원에게 면박을 당한 일화는 아직도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시스코의 전직원은 회사의 비전과 행동강령이 적힌 카드를 신분증카드와 함께 달고 다닌다. 그 카드에는 ‘고객’ ‘기술신앙 배제’ ‘팀워크’ ‘열린 커뮤니케이션’ 등과 함께 ‘검소(frugality)’가 쓰여 있다. 검소함은 존 모그리지 회장이 CEO로 있을 때부터 닦아놓은 전통이다. 그는 해외출장 때도 항공기 3등석을 이용했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승용차 대신 지하철을 이용했다.
이런 정신이 시스코의 경영문화에 얼마나 뿌리깊게 배어 있는지는 본사 건물의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3∼5층짜리 건물이 수십개 모여 이뤄진 시스코의 본사건물은 각 동마다 독립된 구조로 돼있다. 체임버스 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경영이 어려워졌을 때 하나씩 매각하기 위해서입니다.”
시스코는 인터넷을 통해 경비를 절감하는 데도 정평이 나있다. 주문의 90% 이상을 인터넷으로 처리해 연간 수백만달러를 절약한다. 직원교육과 연수도 인터넷으로 한다. 4개월전부터는 직원들에게 아날로그 전화기 대신 통신비가 훨씬 싼 인터넷전화기를 지급했다. 2002년까지는 모두 인터넷전화기로 바꿀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천광암기자>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