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는 올 상반기 경기지표는 지난해보다 좋지 않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체감경기와 더불어 지표경기까지도 지난해보다 더 꽁꽁 얼어붙는다는 것. 다만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한데다 경기하강세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조금 낮추었다. 민간연구소들의 눈에 비친 내년 우리 경제도 ‘회색빛’이다.
▽성장률 9%대에서 5%대로 ‘추락’〓지난해 12월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5.1%로 내렸다. 2000년 성장률 9%대를 감안하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셈. KDI는 두달 전인 10월20일에는 성장률을 5.4%로 추정한 바 있다. KDI가 추정한 이 수치는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0년 1.5%에서 올해는 1%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뜻하는 것.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한 대목은 잠재성장 경로에서 크게 이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추진할 구조조정 작업에 따라 성장률 등 거시지표들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안 되고 금융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면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하강폭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
▽소비는 ‘꽁꽁’, 투자도 꺼린다〓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고 은행들이 금융지주회사 아래로 들어오면서 실업률은 덩달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줄어들고 길거리로 나오는 실업자들이 증가하면서 민간부문 소비는 4% 아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민간소비증가율을 4.1%선으로 내다봤고 KDI는 상반기 3.0%, 하반기 4.4%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설비투자 또한 성장률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불똥을 피하지 못해 미미한 증가세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신용경색과 구조조정 진행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해 6%내외의 감소세가 예상된다는 것. 지난해 상반기때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반락효과가 더해져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노력에 힘입어 소폭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더 오른다〓전반적으로 경제지표가 나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계를 꾸리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내년도 예상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0∼3.7%선. 세제개편과 공공서비스요금 인상에다 기술적인 반등효과까지 가세해 가계 주머니를 옹색하게 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7%까지 내다봤고 LG경제연구원은 3.0%선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흑자는 줄어〓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어둡고 국내경기 또한 이처럼 불투명해 수출상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상수지는 내수부진 탓에 흑자를 보일 전망. 흑자규모는 수출이 둔화돼 지난해 100억달러보다 줄어든 90억달러 내외로 전망됐다(KDI). 한국은행은 이보다 절반 규모인 45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나빠질 경우 구조조정 작업과 별도로 부분적인 경기조절 정책을 병행해나갈 방침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