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토록 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결국 공적자금을 더 투입시켜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지난해 말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올해 만기 도래하는 비우량회사채의 80%를 인수토록 한 조치는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단적인 예”라며 “대우의 교훈을 잊었는가(Remember Daewoo Motor?)”라고 지적했다.
자딘플레밍(JF)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인수해 주더라도 해당기업들이 회생하지 못한다면 부실기업들의 퇴출을 연장시키는 꼴밖에 안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도이체방크도 “이번 조치로 현대전자는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절대적인 차입금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굿모닝증권 채권영업팀 관계자는 “부실대기업 회사채를 사주는 것은 99년 8월의 대우그룹 채권이 편입된 펀드고객에게 50∼95%를 보장한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사장도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채권을 20조원어치 사주기로 한 것은 인수한 채권이 부도날 경우 국민세금으로 해결해 주겠다는 뜻”이라며 “어쩔 수 없이 산업은행에서 인수해 주더라도 발행기업의 신용등급이나 자구노력 등을 감안해 인수비율을 차등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현대전자의 회사채 가운데 80%인 3000여억원어치를 5일경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26일 재정경제부가 산업은행을 통한 기업자금난 완화 대책을 밝힌 이후 첫번째 조치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