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상반기 중 4대그룹을 포함한 30대그룹의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한 직권조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예전처럼 공정위가 대기업그룹에 대해 저인망식으로 조사해 잘못을 가려내는 방식 대신에 신고가 들어왔거나 언론에 보도되는 등 혐의가 포착된 기업을 선별해 조사하는 데 그칠 것”이라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이 접수되면 지금까지는 그룹 전체로 조사를 확대했으나 이번엔 해당기업만 조사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는 기업조사를 자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98년부터 한 해 두차례씩 대기업 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정기적으로 해왔으며 정기조사를 유보하는 것은 대기업 조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대신 기업들이 불공정거래를 하는 등 법을 어겼을 경우 자체 징계토록 한다는 공정거래 행동규범을 제정해 이를 신문에 공표함으로써 기업들이 제대로 지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위원장은 “우리도 이제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조사를 하더라도 미리 조사내용 등을 기업들에 알려 조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위원장은 지난해말 4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역외펀드 조사팀을 만드는 등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를 끝까지 추적 조사해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