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뉴욕 월가 관계자들은 FRB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례회의가 30일부터 이틀간 열리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그때 0.25%포인트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점쳐왔다. 금리인하로 침체상태에 빠졌던 미국 주식시장이 폭등세로 돌아섰으나 월가에서는 미국 기업의 수익악화 등 악재가 많아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는 변덕스러운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인하 배경〓FRB가 예상을 깨고 비공식 회의에서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FRB가 정례 공개시장위원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미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전격적인 금리인하 결정이 내려졌다고 풀이하고 있다. 금융분석가인 토드 부숄츠는 “FRB의 연방기금 금리 인하는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타도록 전기충격 요법을 가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FRB는 발표문에서 판매 및 생산 감소와 소비자 신뢰 위축, 일부 지역 금융시장의 경색 조짐 등의 표현으로 완곡하게 현재 미 경제가 맞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의 제조업활동지수가 43.7을 기록, 경기침체기였던 91년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 FRB의 결단을 앞당겼다는 관측이 많다. 이 같은 지수는 불황기에나 나타나는 것으로 월가에서는 12월 지수를 47로 전망했었다.
▽금리 얼마나 더 내려갈까〓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을 경우엔 추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FRB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 경제침체에 계속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욕 소재 오브리 G 랜스턴 & 코 사의 데이비드 존스 연구원은 “올 여름까지 연방기금 금리가 5%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회니그 & 코 사의 로버트 바버라 수석연구원은 올해 1.25%포인트가 하락, 연말까지 4.75%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이 맞을 경우 금리는 99년 6월30일 FRB가 당시 4.75%에서 5%로 인상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FRB는 당시 미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인플레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왔다.
▼아시아증시 큰 폭 올라▼
▽금리 인하에 대한 미국 및 외국 반응〓미국의 재계와 금융계는 FRB의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리만브러더스사의 수석 경제연구원인 스티븐 슬리퍼는 “이번 조치는 경기 침체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알리는 메시지”라며 “FRB는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은 “이번 금리인하는 시작에 불과하며 추가 인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돕고 세계경제의 지속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금리인하에 따른 미국 증시 폭등에 이어 이날 일본 도쿄증시를 제외한 나머지 아시아 증시는 큰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도쿄증권거래소에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 장 초반 한때 닛케이평균주가가 200엔 이상 오르기도 했으나 기관투자가들의 매도주문이 몰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닛케이주가는 전날보다 94.20엔(0.68%) 떨어진 13,691.49엔에 마감됐다.
그러나 대만 증시의 자취안지수는 전날보다 241.34(4.93%) 오른 5,136.13으로 아시아 증시 중에서는 한국 증시(7.02% 상승) 다음으로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홍콩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 나머지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힘찬 오름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홍콩이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하, 7.5%로 낮춘 것을 시작으로 호주 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도 미국의 조치를 따라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