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지난해 12월 29일 극동건설의 신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된 구명준(具明俊·59·사진)사장을 주목하고 있다. 구사장이 극동건설로 옮기기 직전 역시 법정관리중인 유원건설의 관리인을 맡아 ‘M&A를 통한 법정관리 업체 기사회생’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방식은 다른 제조업체 등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유원건설이 처음이다.
구사장이 업계순위(시공능력 평가기준) 60위권인 유원건설과 유사한 방법으로 5000여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업계순위 32위인 극동건설을 되살릴 수 있을 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97년 3월 유원건설이 부도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직후 사장에 취임한 구사장은 극심한 건설업계의 불황으로 통상적인 영업만으로는 회사를 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서 생각한 것이 기업 매각 방안. 구사장은 99년 9월부터 1년여 동안 매각 방안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울트라 콘’사와 M&A 계약을 맺고 285억원을 유치했다.
구사장은 먼저 자산관리공사 조흥은행 등 23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협상을 통해 3000억원 가량의 빚을 탕감받았다. 100억원은 채권단에 주식으로 지급해 출자전환토록 했다. 물론 무조건 탕감만 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유원건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한해 100억원의 순익을 내는 우량기업인 ‘대성목재’를 600억원에 매각해 빚을 갚아 ‘성의표시’를 했다.
구사장은 ‘유원건설은 보유 자산 300여원에 부채 385억원을 가진 회사로 법정관리중이다. 99년의 경우 1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냈다’는 등의 기초자료와 함께 국내외 30여개 업체에 매각 의향서를 보냈다. 유원건설은 입찰에 적극 참여한 5, 6개 업체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울트라 콘과 계약을 맺었다.
구사장은 “47년 설립돼 경부고속도로 아산방조제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 많은 건축물을 시공한 극동건설도 회생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