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CEO열전]"美-유럽-日시장 공략 자동차 감산없다"

  • 입력 2001년 1월 4일 19시 31분


40줄의 마지막에 들어섰다. 그래도 ‘40대 전문경영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이계안(李啓安·49) 현대자동차 사장이다. 워낙 젊은 나이에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온 경력 때문일까.

사실 그는 40대에 막 접어들던 무렵인 93년에 이사가 된 뒤 현대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2년만에 상무, 또 1년만에 전무, 2년만에 부사장, 다시 1년만에 사장이 됐다.

이계안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 중 하나인 정몽구(鄭夢九) 현대 기아자동차 회장이 자동차 전문경영인 반열에 올라서는데 뒤에서 한 몫을 단단히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계열분리 원년인 지난해 사상 최대인 7300억원(세전)의 흑자를 올렸다.

최근 이사장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로 복잡하다. “올해 경영계의 최대 화두는 아마 ‘유연경영’일 것입니다. 현대차도 예외가 없어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시나리오 경영’을 해야죠.”

지난해 초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바람에 유럽지역 수출에 애를 먹었지만 연말에는 오히려 강세로 돌아서 도움이 됐다. 반면 기름값은 9월들어 급작스럽게 배럴당 30달러로 올라서 자동차 수요를 위축시켰다.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이 99년에 이어 큰 인기를 끌다가 에너지세제 개편에 따라 디젤차량이 주도권을 잡았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이만큼 변동성이 크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올해 민노총 등 상급노동단체들이 선거에 들어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강성’인 현대차 노조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할 사안이다. “올해 현대자동차에서 감산계획은 없습니다. 감산은 바로 인력조정으로 연결되니까요.” 이처럼 말은 했지만 만일 그의 ‘시나리오론’대로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진다면 다시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사장은 “실제로 올해 제일 어려운 일이 노조관계일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경기악화에 대한 걱정도 많다. “우리는 지난 1년동안 과거에만 매달려 한 해를 보냈어요. 계열분리 문제와 현대건설 문제로 씨름하다보니 어느새 자동차 경기가 추락해있더라구요. 그래도 국내 시장은 실제보다 과장되게 소비가 침체돼 있는 것 같아요. 소비심리를 회복시켜줄 필요가 있지요.”

이같은 난국을 수출로 뚫는다는 것이 올해 현대차의 목표다. “올해같은 상황이 수출에서는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시장이 주요 타겟인데 그 시장 전체의 수요는 줄어도 현대차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거든요.”

미국시장을 예로 들면 싼타페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때문에 다른 차종의 수출이 좀 떨어지더라도 그 공백을 훌륭히 메울수 있을 것이라는 것. 또 디젤차량 점유율이 55%나 되는 유럽시장은 싼타페 트라제XG 아반떼XD 등에 디젤엔진을 장착해서 공략할 작정이다.

여기다 일본시장도 올해 처음 공략하지 않는가. 5000대는 무난히 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최종 수출목표는 현지생산을 포함해 119만대이상이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인수합병(M&A) 흐름에 발맞춰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양사가 50대 50 지분으로 함께 설립하기로 한 상용차공장은 출범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직접 맡은 부분은 아니지만(또 다른 사장인 김동진사장이 상용차 합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협상도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압니다. 다임러와 제휴하기로 한 지분 10%중 남은 1%의 자본은 1·4분기중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제휴가 잘 진행되고 있지요.” 이사장의 설명.

종합기획실 경영전략실 등을 거치면서 ‘참모형 일꾼’으로 커왔던 그는 사장이 된지 2년만에 ‘지도자형’으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런 그가 올해 목표로 삼은 것은 영어 만화 삼국지를 떼는 일. 삼국지를 통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전략과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급변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차가 어떤 위치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40대 CEO의 간판인 이사장에게 40대 마지막해인 올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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