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스웨터는 정상 제품입니다. 그런데 옷감이 원래 좀 성기게 짜여져 입었을 때 보풀이 잘 일어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직물의 급수를 높여 옷감을 더 촘촘히 짜면 될 것 같은데요.”
“씨의 스커트를 산 고객이 세탁 뒤 옷감에는 없는 색깔로 물이 들었다는데요.”
“최근 가죽을 덧댄 스커트가 유행이라 이 스커트에도 가죽이 들어가 있어요. 아마 가죽물이 빠져서 나타난 현상 같은데 앞으로 가죽을 빼도록 하겠습니다.”
“애초에 물빨래 하면 안된다는 등의 경고를 줄 수는 없었나요?”
매달 25일 신원의 대회의실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신원의 임직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벌을 선다. 바로 ‘클레임 반성회’라는 고객 불만의 소리를 접수하는 자리를 통해서다.
참석자는 베스띠벨리 씨 비키 아이엔비유 등 각 브랜드의 생산 책임자와 영업책임자, 또 마케팅 담당자등 총 10여명.
“한 달에 한 번 가장 긴장되는 날이죠. 가차없거든요. 서로 고객의 불만을 전달하고 원인을 분석하다보면 회의시간이 길어져 점심을 도시락으로 떼우기도 하지요.” 고객만족팀 노길주 차장의 설명이다.
신원이 이같은 반성회를 도입한 것은 98년부터. 경제위기로 의류업체들의 생산방식이 바뀐 것과 연관이 깊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히트할 것같은 ‘예감’이 드는 제품을 미리 대량 생산해놓고 마케팅을 통해 시장에서 소화시켰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의류소비가 크게 줄어들자 업체들은 소비자 반응을 봐가며 생산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소량생산체제에 들어갔다. 신원도 마찬가지. 이같은 생산방식에서 필수적인 것은 바로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었다.
소비자 불만은 다양했다. 보풀이 너무 잘 일어난다, 염색이 고르지 못하다, 물이 잘 빠진다 등등. 때로는 일부만 바꿔도 되는 단발성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해당 제품을 완전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하기도 했다.
성과는? 98년 3월에는 420건이나 되던 클레임 건수가 최근에는 10건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그래서 올해는 반성회 시간을 더욱 늘릴 작정입니다.” 노차장의 한 마디에 참석자들의 표정은 ‘뜨악’해졌다.
여러 가지로 회의시간이 고달프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같은 반성회를 통해 고객에게 더욱 좋은 제품을 전달할 수 있다면야. 참석자들의 표정에 나타난 마음들이다.
“품질개선은 말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회사를 대표해서 매를 맞으면 맞을수록 불량률은 줄어들겠죠. 우리는 매를 기꺼운 마음으로 맞습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