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외국기업 '공간혁명']직원 105명에 책상은 65개

  • 입력 2001년 1월 8일 18시 22분


한국딜로이트컨설팅사의 컨설턴트들은 회사 내에 자기 책상이 없다. 필요할 경우엔 책상을 ‘예약’해 사용한다. 외근이 적어 고정석을 갖고 있는 지원부서 직원도 1주일 이상 출장이나 휴가를 갈 때는 자리를 비울 땐 책상도 비워줘야 한다. 책상뿐 아니라 개인 집무실도 마찬가지. 정나경이사는 “회장도 1주일 이상 출장을 떠날 땐 다른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집무실을 깨끗이 비워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정규직원은 150명이지만 책상은 65개 뿐이다. 이처럼 책상을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시간에만 쓰도록 한 방식을 ‘호텔링 시스템’이라 한다. 호텔 객실처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쓰자는 것.

이 회사 직원 1인이 사용하는 평균 공간은 5평(16㎡). 임원실의 약 3평보다 오히려 넓다. 이유는 뭘까. 회의실 휴게실 등의 공유 공간을 넓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공간을 넓게 쓰게 돼 더 좋다”고 말한다.

효율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일부 외국 기업들이 사무실의 ‘공간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IT기업인 한국IBM도 얼마 전 전체 사무 공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일부 직원들의 고정석을 없애는 대신 특정 좌석을 예약하면 그 자리로 개인의 전화번호 등이 이전돼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장비 제조회사인 시스코시스템즈의 한국지사도 개인 공간은 최대한으로 줄였다. 외근이 잦은 직원은 ‘공유’ 책상을 사용하며 임원들의 사무실 크기도 9㎡로 3평이 채 안되도록 배치했다.

홍성원사장(52)은 “국내에선 사무실 크기가 직급을 반영하지만 우리는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을 배치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팀원이 없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임원은 아예 개별 사무실이 없을 정도. 대신 임원이 아니더라도 팀장인 경우엔 개별 사무실을 줬다. 임원들의 개별 사무실은 모두 창이 없는 쪽에 마련하고 일반 직원들의 책상을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마련한 것도 눈에 띄는 점.

절약을 통해 확보한 추가공간에는 휴게실을 만들어 음료와 간식거리 등을 무료 제공하고 10여개의 회의실도 만들었다.

홍사장은 “임원실 등 개인 공간을 줄이면 직원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이나연·성동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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