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이후 농심의 신라면, 새우깡과 같은 매머드급 히트작이자 스테디셀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수억∼수십억원의 개발비를 들인 신제품들이 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반짝 히트’에 그친뒤 판매가 격감하고 있어 제과 음료 업체들은 울상이다. 선도제품이 나오면 이를 따라하는 ‘미투(Me Too)전략’이 보편화돼있는 식품업계에서는 최근 “따라할 시간도 없다”는 푸념도 터져나온다.
한두달만 늦게 제품을 베껴도 이미 시장 자체가 싸늘하게 식어버리기 때문.
지난해 초 과자시장을 달궜던 ‘부셔먹는 라면’은 오뚜기가 ‘뿌셔뿌셔’라는 제품을 내놓은 뒤 한때 월 70만박스 이상 판매되는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농심 삼양식품 빙그레 등이 유사상품을 내놓기 시작하자 소비자들이 등을 돌렸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성형감자’시장도 잠잠해진 상황. 동양제과가 봄에 ‘오 감자’를 내놓으며 부쩍 성장했으나 오히려 ‘리바이벌’된 10년전 히트작 쌀과자에 주도권을 뺏겼다.
지난해 여름 미과즙 음료에서 짭짤한 재미를 봤던 롯데칠성의 ‘2% 부족할때’의 위세도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예전같지 않다.
모든 음료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연 3000억원대의 시장을 만들었으나 현재는 월 100억원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매출의 절반이라도 챙기면 다행이라는 반응.
이런 이유로 음료업계에서는 ‘치고 빠지기 전략’이 보편화되고 있다. 어차피 신제품이 6개월을 넘기기 어려울 바에야 단기전에 치중한다는 것. 매실 알로에 모과 자두 쑥음료로 빠른 속도로 옮겨가고 있는 건강음료 시장의 변화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소비자층인 10∼20대의 식음료 소비패턴이 ‘패션화’되면서 제품의 인기사이클이 극도로 짧아지고 있어 과거와 같이 ‘스테디 셀러’를 개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