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기획예산처에서 전윤철(田允喆)장관 주재로 제8차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한국통신 민영화 추진 계획을 의결했다. 매각 주식수는 5097만여주로 매각 금액은 15일 종가(8만1900원) 기준 약 4조원이다. 특정인의 경영권 선점을 막기 위해 입찰상한수량은 5%로 제한된다. 입찰에는 국내인이라면 개인과 법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외국인과 외국법인은 입찰 자격이 없지만 국민은행, 주택은행, 포항제철, 삼성전자 등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는 국내법인은 가능하다. 입찰 최저한도를 1000주로 정하고 공동 입찰도 가능하도록 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유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통신에 장비를 납품하는 3000여개 장비업체들이 장비 납품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주식 매입에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기업 중에서 LG가 한통 주식 매입에 적극성을 띨 것으로 보고 있다. 한통프리텔이나 한통엠닷컴, 한국통신 등에 장비 납품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 장비사업자인 삼성전자도 역시 한통 지분 매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항제철은 정보통신 분야 투자 확대를 공언하고 있고 주식 차익까지 예상할 수 있어 입찰 참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입찰 한도에 제한이 있고 한통의 민영화 방향은 특정 기업의 경영권 장악을 배제하고 있어 한통 경영권을 둘러싼 재계의 경쟁은 당분간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지분은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40%대로 낮아진다. 올해안에 해외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면 33%대로 떨어진다. 나머지 정부 지분도 2002년 6월까지 국내외에 완전 매각된다. 정부는 당초 지난 연말까지 정부 보유 비율을 33.4%로 줄일 예정이었으나 주가 폭락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위원회에서 정부 및 은행이 보유한 담배인삼공사 지분(53%)을 올해 안으로 주식예탁증서(DR)나 교환사채(EB) 발행, 국내 매각 등을 통해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또 한국가스공사도 연내에 도입 및 도매 부문을 자회사로 분할한 뒤 내년까지 정부와 한전지분을 모두 팔기로 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 중 발전 부문을 분할한 뒤 내년부터 민영화를 추진하고 지역난방공사는 올해안에 정부 및 한전 지분(51% 이상)을 모두 매각하고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위원회는 이날 공석중인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 민간위원에 김일섭(金一燮)한국회계연구원장을 위촉했다.
<권순활·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