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31차 연차총회에 참석중인 최태원(崔泰源) SK회장(사진)은 정부의 직간접적인 재벌규제 정책에 불만이 많은 듯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단말기 생산시설을 마산에 보유한 노키아의 30대 기업 진입을 화제로 삼았기 때문. 핀란드에 본사를 둔 노키아는 지난해 마산 공장을 넓히고 국내 제조사인 텔슨전자와 제휴해 연간 4억달러 규모의 단말기를 납품받기로 하는 등 한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계열사간 상호 출자 지분을 모두 확인해야 하는 결합재무제표를 매년 작성하는 데만 40억∼50억원의 비용이 듭니다. 기업경영과 오너십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일 수도 있지만 매년 해외 현지법인의 자산변동 상황을 본사와 통합 정리해 보고해야 한다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외국기업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최회장은 “지난해 ㈜SK 에너지 부문의 순익이 6000억원에 달했으나 연말 달러가치 급등에 따른 환차손이 워낙 커서 순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해외 변수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에 발목이 잡혀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99년 중국 정부 초청으로 상하이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50주년 축하모임에 참석했을 때 “소니 엑슨 델컴퓨터 등 중국 진출 다국적 기업의 CEO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풀고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영어로 격려 연설을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중국의 세일즈 외교를 높이 평가했다.98년 WEF의 차세대 세계 지도자 100인에 선정된 이후 매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최회장은 “다보스포럼은 기업인들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각 국 정부도 자국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강조했다.
<다보스〓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