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현대전자를 지원할 때 “편법적인 공적자금이 아니냐”는 지적에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이렇게 답했다.
미국 AIG가 한국정부에 공동출자 제의서를 내고 금융감독위원회는 “한달 동안 AIG와 협상을 벌이겠다”고 답했다. 현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 모습을 보면 마치 공적자금을 투입하려는 것과 모양새가 흡사하다.
▽대주주가 해결해야 할 투신문제 정부가 나서〓정부가 AIG측과 공동출자 협상을 하겠다는 자체가 그동안 투신 구조조정 원칙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정책변화다. 그동안 정부는 투신문제에 대해 한투 대투처럼 정부가 대주주일 경우 공적자금을 넣고 경영진을 문책했다. 민간 투신사는 모두 ‘대주주 자체 해결’이 원칙이었다.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이 외자유치를 위해 미국을 드나들 때도 정부입장은 ‘현대투신증권 대주주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은 1월31일 진동수(陳棟洙)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의 “공동출자 협상을 하겠다”는 말로 무너졌다. 정부가 대주주 지분에 대해 전부 감자(減資)조치를 한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대주주가 나서 사재를 털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일에 정부가 협상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은 공적자금을 들이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어려운 일. 부도난 서울투신과 고려투신 동서투신에 대해 대주주를 몰아세우고 투신안정기금을 만들어 처리한 전례와는 ‘180도’ 다른 방법을 택한 셈이다.
▽국제통상 문제로 비화된 현대전자 지원문제〓산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현대전자 등 현대계열사에 집중 지원이 이뤄져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가 현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규택(吳奎澤·경영학·한국채권연구원장)중앙대교수는 “나중에 현대전자가 부실해질 경우 산은 인수자금은 공적자금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건설 해외공사 지급보증은 공정성 시비 우려〓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내세워 현대건설 해외공사에 지급보증해 주려는 것도 다른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을 받을 대목.
민간기업의 해외활동에 정부가 지급보증을 한다는 것은 다른 기업에 불이익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여기에 다시 2차보증을 해주는 것도 회사가 부실해질 경우 편법 공적자금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