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 부도]2만명 입주 '스톱'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39분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이 최종 부도를 맞으면서 그 피해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한부신 부도로 시공업체 협력업체 등 800여개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 한부신이 맡은 상가 등의 일반 분양 임대 계약자만도 3600여명에 달한다.》

▽피해 파장(波長)〓한부신 부도는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건설 및 부동산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채권단은 한부신을 당장 청산하지 않고 당분간 현재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피해는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부신이 신탁을 받아 진행중인 사업은 아파트(오피스텔 포함) 29건 등 모두 65건. 한부신측은 관련 당사자들의 피해 규모가 최소 1조85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테마폴리스 상가 임대 계약자 1700명은 계약금 1800억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임대계약자 3600여명이 떼일 가능성이 있는 계약금은 3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테마폴리스의 경우 시공업체인 삼성중공업이 저당권설정청구권 가등기를 내놓은 상태여서 계약금을 고스란히 떼일 가능성도 높다. 특히 테마폴리스를 비롯해 경기 용인시 솔레시티 아파트의 1701가구, 전남 순천시 해태그린빌라 1541가구 등 공사가 진행중인 6건 약 5000가구는 아파트 입주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부신은 또 지난해 11월말 현재 공사비 1조6465억원 중 2225억원을 미지급한 상태여서 이 금액은 시공업체와 하도급업체들이 떠안아야 한다. 또 개발수익을 노리고 토지를 한부신에 맡긴 신탁자들도 이미 4586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이다.

업계는 한부신이 진행중이거나 사업을 신탁받은 아파트와 주상 복합건물 등의 공사 지연이나 취소 사태가 잇따라 2만여명이 입주가 늦어지는 등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344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채권단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전망. 비록 무담보채권 5000억원은 고스란히 손실처리하게 되지만 대부분이 부도를 예상하고 최고 100%까지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았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신탁이 시행해온 주요 사업
사 업시공사총공사비(억원)준공(예정)일공사진척도(%)
분당 테마폴리스삼성중공업2,5202000년2월100
단국대 이전사업 -1,325미정20
창원 애플타운동아건설 등 5682000년6월100
마산 코오롱쇼핑코오롱쇼핑 554미정5.3
서울 길음동플라자대우건설 460미정0(미착공)
부산 시티코아롯데건설 4202001년6월82
양평 공원묘원성원 삼성 358미정40
홍천 스파지움삼익건설 등 27598년2월100
경기 구리 신명스포렉스남도건설 272미정26
부산 광안비치힐경성건설 725미정13

한국부동산신탁이 시행해온 주요 아파트 사업
아파트가구수입주예정일공사진척도(%)
경남 거제 대아아파트 292입주중100.0
전남 순천 해태 그린빌아파트 1,541미확정 6.0
경기 수원 영통 롯데아파트 1,0402001년 7월 65.0
경기 용인 솔레시티아파트 1,7012001년 3월15일 95.0
경기 일산 덕이동아파트 2002002년 2월 15.0
경남 거제 가야그린빌라 120미확정 65.0
서울 구의동 삼성쉐르빌 2522001년 11월 55.0

▽부도 원인〓한국부동산신탁이 최종부도를 맞게 된 원인은 과다한 차입금과 외환 위기 이후 계속된 분양시장 침체 때문으로 요약된다.

부도는 오래 전부터 예견됐다. 올해 초까지 세 번이나 1차 부도를 냈고 삼성중공업은 한부신에 대한 보유 어음을 20여 차례나 연기했다. 삼성중공업측은 “한부신이 공기업인 점을 들어 정부에 수차례 수습방안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며 어음 결제 요청을 한 것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 현재 한부신의 금융권 차입 규모는 한미은행 904억원, 외환은행 757억원 등 6344억원으로 납입자본금 1057억원의 6배에 달했다. 공사 채무 등 비금융권에 진 빚을 포함하면 더욱 늘어난다. 작년 말 국회에 보고된 한부신의 부채비율은 1879%로 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한부신은 누적된 부실로 99년10월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부터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사업성이 뛰어난 땅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워크아웃 상태인 한부신을 외면했다. 99년 이재국 전 사장이 경성그룹에 자금을 특혜지원한 혐의로 구속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로비를 받고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의 부동산을 신탁받아 부실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부신 워크아웃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여신관리부 김경구 과장은 “채권단이 담보채권에 대해 2년간 이자 감면, 무담보채권에 대해 출자전환을 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분양률이 낮아 시공사 공사대금을 주지 못하며 결국 부도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한부신은 어떤회사▼

91년 4월 한국감정원이 2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토지 등을 위탁받아 부가가치를 높인 뒤 수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정부출자회사다. 사장은 전홍규 전 풍림산업 부사장. 건설경기가 활기를 띨 때에는 100억원까지 자본금을 늘리는 등 사세를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지난해 말 국감에서 한부신의 부채비율은 1879%로 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구자룡·정경준·박현진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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