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한부신 부도로 아파트 분양자와 상가 임대 계약자, 건설업체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기관에서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체를 인가하고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의 관계자는 “한부신 등 부동산신탁회사 사업 중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에서 보증하면 되지만 상가는 전혀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건설회사가 상가를 분양해 파는 것과 같아서 공적자금을 투입할 분위기도 아니지만 투입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신탁업법상 금감원은 수익자 보호 등을 위해 경영 지도기준을 정하고 위반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주무 기관”이라며 “한부신 업무에 대한 사전 관리 감독을 통해 피해를 줄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부신의 모회사인 한국감정원측은 “한부신의 부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서기 전 벌였던 사업이 IMF를 맞아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모회사이긴 하지만 사실상 자율적으로 운영됐다”며 “우리도 300억원의 출자금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의 주무 부처인 건교부 관계자는 “한부신 부도에 따른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나 건설업체들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러나 신탁업법에는 금감원에 관리 책임이 있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6일 민주당과 당정협의를 갖고 한부신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지속시키면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예산처는 98년 8월 ‘공기업 경영 혁신 및 민영화’ 계획을 짜면서 ‘기타 금융업’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신탁회사들의 관리 감독은 금감원에서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한국부동산신탁’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한부신의 홈페이지는 정부와 한부신을 비난하고 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분당 테마폴리스 상가 임대 계약자 등 피해자들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믿고 투자했는데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묵과할 수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태세다.
<구자룡·김승련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