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생산-수출부진… 침체경제 활로 안보인다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32분


한국경제를 뒤덮은 먹구름이 좀처럼 걷히질 않고 있다.

실물경기가 갈수록 얼어붙는 가운데 한때 ‘반짝 장세’를 보였던 증시도 다시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 등 해외변수 악화도 겹치면서 경제성장률 물가 국제수지 등 3대 거시경제 지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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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재정경제부 및 경제전문가 등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나빠지고 있다. 재경부 당국자는 “침체 상황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물경기지표인 산업생산 및 출하증가율과 제조업가동률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생산증가율이 4개월간 계속 감소한 것은 98년 3∼7월(5개월) 이후 처음이다. 1월 산업활동 지표는 경기침체에 설 연휴까지 끼어 더 나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 및 투자심리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 힘입어 지난달에 큰 폭으로 올랐던 주가도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2일 627.45까지 치솟았던 종합주가지수는 이 달 5일 579.16으로 주저앉았다가 6일 586.58로 소폭 반등했다. 국내 경기 둔화 및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안정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도 1월에는 한달 전보다 1.1%나 올랐다. 실업률도 4%를 넘어섰다.

내수 침체로 우리 경제의 활로(活路)역할을 해야 할 수출도 심상찮다. 이 달 들어 5일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7억800만달러 적자였다. 1월에는 3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올렸지만 수출 호조보다 수입 감소에 기인한 바 크다.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각종 해외 변수도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려대 이만우(李萬雨·경제학) 교수는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낙관적으로 봐도 1∼2%, 비관적 시각에서는 0% 내외에 그쳐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말 안정세로 돌아섰던 국제유가도 여전히 불안하다. 금융 기업 공공 노동 등 4대 부문에 대한 개혁도 과제다. 외국투자자들은 한국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여전히 ‘휴화산’인 현대 문제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복병’이다. 연세대 이두원(李斗遠·경제학) 교수는 “현대와 대우 문제가 잘 처리되지 않으면 정책 신뢰 및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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