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장남 재용(在鎔·33)씨의 경영일선 등장과 사장단 및 임원 인사라는 두 가지 대사(大事)를 앞두고 분주하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재용씨가 이르면 이달 하순경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핵심업무를 맡는 이사(비등기) 신분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또 다음 주 안에 30여개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뒤 후속 임원인사도 가급적 이달중 마무리하기로 했다.
▽재용씨의 경영복귀〓재용씨의 향후 거취와 관련해서는 여러 설(說)이 난무하고 있지만 일단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 경영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이는 ‘e비즈니스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그룹 경영에 접목시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회장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는 지금이 재용씨가 경영에 참여할 적기라는 판단을 내리고 △어떤 모양새로 경영 일선에 등장해 △어느 계열사에서 △어떤 보직을 갖고 후계수업을 받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최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용씨는 전자 증권 등 대다수 삼성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25.1%). 재계는 재용씨가 경영에 참여할 경우 삼성전자 부장 신분으로 미국 유학을 떠난 만큼 내부승진 형식을 빌려 삼성전자 이사로 첫발을 디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장인사는 소폭, 임원은 대폭〓그룹 내에서는 재용씨의 거취 못지 않게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경영진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경영 성과가 좋은 점을 고려할 때 자리를 옮기거나 물러나는 사장단은 5명 이내의 소수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흑자경영 정착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유임이 확정됐다.
다만 임원 인사와 관련해서는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과 사기 진작 차원에서 대규모 발탁성 승진이 뒤따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올해 경제여건이 워낙 불투명한 점을 감안해 조정과정에서 폭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