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000년 대우그룹 회계조작이 쟁점화된 2000년과 92년에만 엉터리 회계처리를 눈감아 준 공인회계사가 고발 조치됐을 뿐이어서 감독 당국이 회계조작에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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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8일 “9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398개 기업의 회계보고서를 검사한 결과 이 가운데 37.5%인 524개 기업이 간단한 주석(註釋) 미기재에서 부채 감추기, 자산 부풀리기 등 회계장부를 변칙 처리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90년 이후 거래소 상장 및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기업 가운데 조사대상 263사의 23%인 88개사가, 이미 상장된 기업 중 조사대상 기업은 724개 가운데 23%인 146개사가 기준에 미달되는 회계처리를 하다가 적발됐다.
메리츠증권 이장욱(李章旭) 차장은 “상장했거나 상장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투자자 모두에게 정직하게 회계보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투자 대상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 회계자료가 엉터리였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금감원 정용선(丁勇善) 조사감리 실장은 “금감원은 회계조작 징후가 있는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조사해 온 만큼 기업 전체의 30% 이상이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감리실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98년 이후 무작위 추출한 기업 49곳 가운데 25%인 12곳에서 분식회계가 적발돼 이상 징후를 놓고 ‘표적 검사’한 곳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회계사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 실장은 “지난해까지 서면검사를 벌였던 만큼 회계사가 고의적으로 장부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직무정지 및 경고 등 행정조치만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회계연구원 김일섭(金日燮) 원장은 “은행도 대출심사 때 담보 유무를 먼저 묻는 등 정직한 회계정보에 대한 수요가 없었던 것이 부실회계의 원인이었다”며 “대우그룹 회계조작 에 따른 회계법인의 처벌을 계기로 회계의 투명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