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후 한국경제 '혼혈시대'로 진입… 작년 157억달러 사상최다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28분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자(外資) 기업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져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혼혈경제’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외자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를 웃돌고 무역수지흑자 기여도는 24.5%에 이른다.

7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외국인 1인의 지분이 10% 이상인 기업’(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 외자기업의 정의)이 외환위기 전인 96년에는 3877개였으나 작년 말에는 9423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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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98년 FDI가 신고기준으로 89억달러, 99년에는 155억달러로 2년 동안 244억달러에 달했다. 이 같은 투자규모는 62년부터 97년까지 35년간 국내에 유입된 전체 FDI(246억달러) 규모와 맞먹는다.

작년의 경우 FDI가 157억달러(신고기준)로 사상 최다액을 기록했다. 99년 주식시장에 유입된 외국인자금이 43억달러(직접투자액 제외)인데 이 정도 규모로 주식시장이 외국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자기업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이런 통계를 근거로 FDI가 국내경제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 FDI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년 1.0%, 97년 1.7%에 그쳤으나 98년 5.7%, 99년에는 8.2%로 크게 늘었다. 4년 만에 8배로 늘어난 것. 이는 전 세계의 평균치인 11.1%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영국(25.7%) 미국(12.8%) 프랑스(11.0%)에는 뒤지지만 독일(5.1%)과 일본(0.3%)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외자기업이 국내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년 13.3%에 달했고 고용에서는 12.1%를 차지했다. 외자기업은 또 99년 196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36억달러어치를 수입해 6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외자기업이 99년 한국의 무역흑자액 245억달러 중 24.5%를 차지했다는 의미다.

FDI의 증가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엔 시각차가 있다.

산업연구원 장윤종 박사는 “외국인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제야 세계평균수준에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 박사는 “지난 3년간 외환위기를 극복하느라 너무 정신없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국내 기업의 성장기반이 잠식되고 외국 기업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기·구자룡·박중현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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