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좋아요] "남을 돕는다는 것...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 입력 2001년 2월 8일 18시 37분


“함께 사는 세상 아닌가요? 우리 한화 사람들은 늘 이웃을 생각합니다.”

한화그룹에는 직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임이 하나 있다. 전 계열사 자원봉사자 모임 ‘한화랑’이 바로 그것.

다른 그룹에도 자원봉사자 모임이 있을 수 있다. 때로 그것이 인사고과에 반영도 된다지 않는가. 한화랑은 그러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발족시켰고 평사원으로 이뤄졌던 참가멤버가 임원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는 게 한화의 설명.

한화랑이 생긴 것은 지난해 1월이다. 99년 12월 한 방송사의 선행을 하는 이웃을 칭찬하는 프로그램에서 뇌성마비아이들을 돌보는 ‘한사랑 마을’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 아이들의 소원이 “산과 바다가 있는데로 아이들 전원이 함께 놀러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본 한 직원이 회사에 와서 제안을 했다. “콘도 개발 사업을 하는 한화가 바로 그 소원을 이뤄줄 산타로 가장 적합하다. 설악콘도에 가면 산도 있고 바다도 있지 않는가”.

이 제안은 바로 윗선으로 보고됐고 김승연(金昇淵)회장이 이를 쾌히 승낙했다. 당장 직원들과 한화 계열 천안 북일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뇌성마비 어린이들은 모두 160명. 1대 1 봉사를 위해 자원 봉사자는 200명이 뽑혔다. 설악산으로, 동해바다로 아이들과 함께 2박3일을 지내면서 자원 봉사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이라경 한화유통 상품팀 과장은 “10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해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어요. 너무 좋더라구요. 그동안은 항상 나와 가족만 생각했고, 또 가끔은 남을 돕고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일상생활에 파묻히다보니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죠.”

이같은 공감대가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형성되자 자연스럽게 봉사모임을 계속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오게 됐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한화랑. 처음에는 참석자가 6∼7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성금을 내는 후원자만 300명, 매달 네 번째 토요일의 봉사활동에 참가하는 사람만 평균 30명이다. 후원자는 꾸준히 늘고있으며 매달 130만원가량이 운영비로 모인다.

공식 후원하는 곳도 벌써 세 곳이다. 한사랑마을에다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나이가 많은 무연고자를 돌보는 사랑의 선교 수사회, 또 갈 곳 없는 고아나 노인을 돌보는 양재동산.

“한 번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다음달에 가서는 뭘 하면 좋아할까 미리 고민하게 돼요. 내가 해주고싶은 것보다 그 아이들이나 노인분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생각해야 하니까요. 남에 대한 배려가 훨씬 커졌죠.”

이과장이 말하는 봉사활동의 좋은 점이다. 또 있다. 이를 통해 그룹사 임직원을 만나보게 될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전에 없이 회사와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새록새록 생긴다는 것이다. 알고보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것. 지난 연말에는 양재동산에서 집을 수리한 적이 있었는데 상무 등 임원급이 참가해 장작도 패고 지붕수리도 도와줬다. 가끔은 퇴직자도 한화랑의 활동에 참가하고 아들을 데리고 와서 부자가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법적으로 인가받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보다는 되도록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내려 노력합니다. 쉽지않은 일이지만 의지와 열정이 있으니까요.”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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