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97년 10년 동안 분식회계로 매출액을 7000여억원 부풀렸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결산보고서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국내 유수 회계법인들의 대규모 징계와 제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결산보고서의 특성상 과거에 ‘눈감아준’ 분식회계는 이후 감사 중에도 발견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식 이후 결산을 맡았던 회계법인들까지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우선 동아건설의 ‘자진고백’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결산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들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전인 94∼97년과 워크아웃에 들어간 98년 동아건설의 결산 감사는 안건회계법인이 맡았다. 결과는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제대로 작성됐음을 의미하는 ‘적정’이었다. 또 영화회계법인도 99년 동아건설의 결산 이후 ‘적정’이라는 의견을 냈다.
97년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건회계법인의 관계자는 “회사가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하고 이를 은폐했다면 외부 감사인으로서도 포착해 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회계사는 “대차대조표를 보면 과거의 부실 계상도 알 수 있다”며 “과거에 일어났던 분식이라도 찾아내 감사보고서에 기술하지 않는 것은 징계 사유”라고 말했다.
동아건설이 1998년 워크아웃 신청, 2000년 워크아웃 중단과 법정관리 신청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채권단과 실사 기관이 분식회계를 알아채지 못했는지도 의문이다.
실사란 재무제표에 기재된 자산가치의 실제 가치를 평가하는 것인 만큼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이나 채권단이 분식 여부를 몰랐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분식회계에 대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면서도 “건설업의 경우 분식회계 여부를 알아내기 어려운 데다 공사진척 정도 등을 과다 계상하는 게 그간 건설업계의 관행이었다”고 말했다. 또 워크아웃 전 실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의 관계자도 “분식회계가 있었다면 이를 감안해 워크아웃 플랜을 작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일의 경우 2년여만에 동아건설에 대한 실사결과를 ‘회생가능’에서 ‘청산’으로 180도 바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동아건설이 2년 전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는 실사 후 회생가능으로 평가했으나 지난해 법정관리 신청 땐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가치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법원에 냈기 때문.
삼일측은 “워크아웃 성공의 전제조건은 김포매립지와 대한통운의 성공적 매각이었으나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며 “워크아웃 중이어서 신규 수주도 어렵고 건설 경기도 기대에 못미쳤다”고 해명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이제까지의 결산감사는 ‘고객’의 입맛에 맞춰 적당히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우에 이은 동아건설의 분식회계마저 사실로 밝혀지면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