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여성들이 지배해왔던 보험설계사가 남성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이른바 판매조직의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재무설계 능력을 갖춘 대졸남성 출신들이 새로운 보험설계사로 등장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같은 변화를 촉발시킨 것은 외국계 보험사들이다. 설계사를 대졸 사원으로만 뽑는 푸르덴셜 ING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에서 우수한 영업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883명의 설계사 전원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난 푸르덴셜의 경우 1년 이상 계약이 유지된 보험이 전체의 약 93%로 생보협회가 밝히는 업계 평균인 64%(2000년3월말 기준)를 크게 웃돈다. 또 국내 설계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136만원선이지만 90% 이상이 대졸사원인 ING생명은 약 550만원이었다. 그만큼 외국사들에 신계약건수가 많고 보험계약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국내사 중 최초로 남성전문 컨설턴트를 도입한 곳은 삼성생명. 99년 도입 이후 현재는 전국의 12개 지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또 신한 SK 동양 등도 일부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 중 일부는 성공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의 남대문 세종 선릉 테헤란 등 4개 지점을 대졸 남성 사원으로만 꾸렸던 신한생명의 경우 업무 효율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지점의 1년 이상 계약유지율이 90%로 신한 전체 평균인 80%를 크게 앞섰다. 10만원 이상 신계약건수도 월평균 8건 정도로 전체 평균인 5건보다 많았다.
이들 생보사들은 대졸 중에서도 직장생활 경험이 2년 이상인 경력사원만 모집하고 있기 때문에 '아줌마'들의 '인맥'도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시장은 포화상태"라며 "이들 보험을 팔기 위해서는 재무설계 등 전문성을 갖춰야하는 만큼 그렇지 못한 설계사는 점차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