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코리아 홍순만(42·洪淳晩) 전략마케팅 이사의 설명. 이 회사는 컴퓨터 제조와 서버, 프로그램 솔루션등을 제공하는 종합 컴퓨터회사로 종업원 650명에 지난해 매출은 6500억원.
“올해들어 벤처기업 불황으로 IT기업에 판매하는 서버량이 크게 줄었고 경쟁업체들은 각종 금융혜택을 도입하며 시장공략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4개 영업본부를 효율적으로 가동해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기 위한 전략입니다.”
신규식(44·申奎湜)영업이사의 구체적인 설명이 뒤를 이었다. 두 사람은 컴팩코리아의 ‘머리’와 ‘몸’으로 통한다. 15년넘게 호흡을 맞춰온 찰떡궁합.
이전 직장에 함께 있을 때 추진했던 ‘TGV’를 비롯, 컴팩의 ‘토인비’ ‘딥임팩트’ ‘e코리아’ 프로젝트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TGV에는 ‘어마어마한 승리의 영광(tremendous glory of victory)’이라는 의미를 덧붙여 달았어요.”― 홍이사.
“새로운 사업으로 시장진입할때의 프로젝트였는데 프랑스의 고속전철(TGV)처럼 속도감있게 몰아치는 전략을 썼죠.”― 신이사.
토인비프로젝트는 99년 경쟁업체가 서버시장을 크게 잠식하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다.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책을 쓴 영국의 역사학자.
“기본적으로 도전에 대해 응전한다는 의미인데, 경쟁업체가 점유한 부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더 창출해 전체적인 파이를 키우면서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것이었어요.”― 홍이사.
“서버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을 키워나가는 것이죠. 이 개념은 지금도 유효해요. 가정이나 소규모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홈서버 등이 그 예에요.”― 신이사.
프로젝트들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홍이사는 철학 역사 군사학 사회학 문학 지리학에 고루 능통한 ‘만물박사’다. ‘사막의 폭풍’에서 말을 시작해 “수천년 역사의 현장인 페르시아에 폭탄을 마구 떨어뜨려 화가 났었다”며 고대페르시아의 역사, 걸프전이 가져온 전쟁양상의 변화와 세계 군사전략의 변동, 서구중심을 탈피한 역사학, 유목민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주제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이어졌을 정도.
지난해부터 추진한 ‘e코리아’에 대해서도 홍이사는 “한국은 코리아냐 e코리아냐의 분수령에 있다”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유전자 혁명의 시대에 e코리아를 이루기 위해 컴팩이 중견 IT업체들과 맺어나갈 파트너십을 설명했다.
홍이사가 내놓는 ‘추상적이고 현란한’ 프로젝트를 바로 구체화해내는 신이사의 비결은 뭘까.
“‘무능한 간부, 무능한 매니저, 무능한 직원은 항상 000.’ 숨겨진 곳의 답이 뭘까요?”
‘게으르다’ ‘말이 많다’ 등 기자의 머리에 떠오른 예상후보를 제치고 나온 신이사의 답은 ‘바쁘다’. 여유를 갖자는 것이 신이사의 슬로건이다. 일처리의 관건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잘 판단해 시간과 자원을 다루는 ‘우선순위 경영(priority management)’ 능력이라는 것이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