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업 불공정거래 실태]子회사엔 '웃돈계약'

  • 입력 2001년 2월 25일 19시 08분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를 일삼은 공기업 2개사를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2월 말로 시한이 잡혀 있는 공공부문 개혁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4대 부문 개혁과제 중 공공부문이 가장 뒤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도 지난달 말 공정위 업무보고 때 “공기업에 대해 철저히 감독하라”고 특별지시할 정도였다.

“공정위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철퇴를 휘두르는 반면 공기업에는 ‘솜방망이’처럼 관대했다”는 지적도 처벌수위를 높이는 데 한몫 했다.

▼20% 높은가격에 수의계약▼

▽‘자회사 봐주기’ 여전〓공기업이 자회사를 ‘먹여 살리는’ 부당내부거래는 그간의 처벌에도 불구하고 독버섯처럼 끈질기게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로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등 4개 공기업은 지난해 5월∼2001년 1월 자신들이 출자한 한국건설관리공사에 138억원 규모의 공사책임 감리 용역을 고가의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다. 경쟁입찰 때보다 7.9∼20.8%나 높은 가격으로 계약해 13억7800만원을 부당지원했다. 자기 식구가 아니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99년 5월 고가 수의계약으로 자회사를 지원했다가 들켰던 주택공사와 도로공사는 이번에도 똑같은 자회사를 돕다가 적발됐다.

주택공사는 자회사 뉴하우징과 민간 주택관리업체에 분양 및 전세 주택을 위탁 관리하면서 뉴하우징에만 관리소장 인건비 4억500만원을 주는가 하면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을 늦게 받는 특혜를 베풀었다. 주공은 지연이자 6200만원을 받지 않는 등 총 4억6700만원을 지원했다.

도로공사는 98년 8월∼2000년 12월 적자를 내는 자회사인 고속도로관리공단에 임대한 14개 휴게시설에 대해 임대료 14억6500만원을 깎아주었다가 적발됐다.

▽민간 거래업체엔 ‘비용 떠넘기기’〓공기업들은 민간 거래업체에 대해선 독과점 지위를 악용해 횡포를 부렸다. 자기가 내야 할 비용을 떠넘기거나 자재보관료 등 간접비용을 주지 않는 등 여러 방법이 동원됐다.

▼이자 안주고 보관료 떼먹어▼

도로공사는 98년 2월∼2000년 10월 20개 거래업체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계약보증금 및 하자보증금을 이행보증서로 바꿔 돌려줄 때 반환이자 4억6900만원을 주지 않았다.

토지공사는 99년 11월 잘 팔리는 경기 부천시 상동지구 공동주택지를 판매하면서 비인기지역인 인천 마전지구 공동주택지를 끼워 팔았다. 주택공사는 경기 남양주시 청학1공구 아파트 전기공사를 하면서 ‘검사비용’ 3200만원을 시공업체에 떠넘겼다.

수자원공사는 96년부터 17개 댐 및 하구둑의 휴게소와 매점을 민간업체에 임대하면서 판매가격을 자신들이 결정하는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98년 2∼3월 이중보온관 공급업체와 11억6000만원 어치의 구매계약을 한 뒤 납기가 임박해 1억7600만원 어치의 발주는 취소하고 납품받은 이중보온관은 납품업체 공장에 보관하면서 보관료를 안 줬다.

▼주공·도공 "사실과 다르다"▼

▽공기업 ‘못 받아들이겠다’ 이의 제기〓주공은 공정위 조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반발했다. 주공은 25일 해명서를 내고 “공정위가 지적한 건설관리공사 지원 행위와 자회사 뉴하우징 지원건은 사실과 다르며 이의신청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도 “적자 휴게소가 문닫을 경우 이용객에게 큰 불편을 주므로 임대료를 면제했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