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북투자 실패 정부가 떠안아선 안돼"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40분


“남북경협에 실패한 민간기업의 책임을 정부가 떠안아서는 안된다.”

원로 경제인인 남덕우(南悳祐·사진)전총리가 정부의 대북경협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남전총리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협회 100회 화요포럼에 참석, ‘남북경협과 통일의 조건’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 “정부가 경제논리를 벗어나면서까지 민간기업의 대북투자를 지원하면 민간기업은 정부에 지나치게 기대게 되고 실패했을 경우 ‘정책에 따르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유를 들어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북경협의 성공도 보장할 수 없고 국민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전총리의 이 같은 주장은 대북경협의 물꼬를 튼 현대아산이 최근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북한은 경제적 필요에서 개방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평양의 체제유지가 어려워지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며 “북한이 이런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경제협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북한이 개방을 통해 경제개발에 자신을 얻게 되면 ‘한강의 기적’에 이어 ‘대동강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지만 독재체제를 더욱 굳히면 개혁개방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주민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남전총리는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1 대 1 방식의 상호주의는 아니지만 평양의 개혁 개방 진전상황을 보아가며 협력의 범위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남한 정부는 경제협력의 목적과 원칙을 고수하는 주체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의 범위와 관련, 남전총리는 민생구호에 필요한 경제원조는 계속하되 대규모 경제협력은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등 다른 국가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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