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부 "조기 경기회복 단정 이르다"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48분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6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 방문을 떠나기 직전 재경부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진 부총리는 “최근 일부 기업경기 실사지수(BSI)에서 경기호전 조짐이 나타났다고 해서 재경부 관계자들이 이에 편승해 조기 경기회복론을 조장하지 않도록 말 한마디라도 각별히 주의하라”고 지시했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의 BSI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종전에 보기 드물 정도로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재경부는 내심 상황변화를 반기면서도 여전히 “경기가 언제 회복세를 보일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우며 최소한 2, 3개월간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더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공식견해에서 한발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조기 경기회복론에 극도로 신중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외환위기 극복 후 최악의 상황에서 경기가 다소 나아지는 조짐을 보인다고 해서 이를 바로 ‘경기 회복’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재경부 당국자는 “경기가 바닥을 친 뒤에도 어떤 양상과 속도로 상승세로 돌아서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 부총리도 최근 “경기가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1·4분기(1∼3월)보다 2·4분기(4∼6월)가 다소 나아진다고 회복은 아니며 우리의 잠재성장률인 5∼6%대까지는 올라가야 회복”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불투명한 미국경제의 전망은 정부가 쉽게 낙관론에 동조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해외변수다. 특히 지난달 하순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96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재경부는 미국 경제가 어려울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기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경제 역시 대단히 어렵다.

또 각종 지표가 최근 몇 개월보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산업현장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특히 수도권 주요 산업단지인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의 공장 가동률이 8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울산 여천 구미 창원 구로공단의 가동률도 8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정부측은 현시점에서의 경기저점 논란이 우리 경제를 위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몇 차례 섣부른 경기 낙관론을 꺼냈다가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 서둘러 해명해야 했던 ‘뼈아픈 경험’도 정부가 ‘말조심’을 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