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日차입금 조사]'97년 악몽'의식 발빠른 대응

  • 입력 2001년 3월 7일 18시 59분


금감원이 시중 금융기관의 대(對)일본 대출금 현황을 긴급 파악하고 나선 것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 일본의 ‘3월 위기설’ 때문. 정부나 일선 금융기관들은 대일본 차입금 규모가 98년과 비교해 37% 수준으로 줄었고 문제가 되는 단기 차입금 비중 역시 18%로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기관들의 대출금 회수로 인해 국가 경제 전반이 휘청거렸던 기억을 떠올리면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가능성은 적지만 위험은 있다〓정부가 일본 금융기관의 자금 회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근거는 국내 금융기관이 차입을 많이 한 일본의 은행들이 주로 일본수출입은행, 스미토모은행 등 국책 은행이나 건실한 은행이라는 점. 또 돈을 빌린 국내 은행도 산업, 신한 등 우량은행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들이 한국 내에서 콜론, 대출, 채권 등으로 운용하는 자금은 1월말 112억1000만 달러에서 108억9000만달러로 3억2000만달러가 줄었다”면서 “그러나 일본계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감소분 3억2000만달러 중 2억5000만달러는 미국계 은행이 회수한 것”이라며 “일본계 은행은 나머지 7000만달러 중 일부만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3월 결산을 맞아 일본계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했다면 시점으로 봤을 때 이미 회수가 끝났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빛은행도 “올 2월 일본의 도카이은행의 차입금 2000만달러 중 1000만달러를 상환했으나 이는 금리가 높아 자체적으로 상환한 것”이라며 “일본측으로부터 어떤 요구가 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악몽 같던 97년말 상황〓동남아에서 파급된 외환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당시 일본은 국내 은행과 맺은 크레디트 라인을 축소하고 단기 차입금을 일시에 회수하는 등 한국의 외환위기를 증폭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97년말에서 98년초까지 일본계 금융기관이 국내에서 회수해간 자금은 200억달러 상당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시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긴급 자금을 요청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지만 거부당해 시중에는 한국의 외환위기를 미국이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미국 음모설’마저 제기됐다. 특히 일본으로부터 저리 단기 자금을 빌려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장기 고리로 대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대일본 차입금이 전체의 30∼40%에 달하던 97년과는 많이 다르다”며 “일본 경제가 어렵고 결산 시점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일제 점검을 한 것일 뿐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훈·김승련·이나연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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