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의 정상영 명예회장이 현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동생이기 때문.
정상영 명예회장은 자금난에 빠진 현대전자가 농구단을 매각할 처지가 되자 “형님이 각별하게 애착을 가졌던 농구단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실무진에 인수를 지시했다.
각 그룹의 명예회장들은 일상적인 경영 업무에서는 손을 뗐지만 이런 저런 현안이 있을 때는 큰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경영 현장에서 은퇴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면서 노년을 행복하게 지내는 대표적인 인물로 LG 구자경 명예회장(77)이 꼽힌다.
95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구 명예회장은 충남 천안의 농장에서 버섯 연구와 재배에 몰두하고 있다. 퇴임한 뒤에도 간부들이 결재서류를 갖고 찾아오자 “회장(아들 구본무 회장)과 상의하라”며 호통을 쳐서 돌려보낸 것은 유명한 일화.
금호 박성용 명예회장(70)은 문화 예술분야 활동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예술의 전당과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아 문화사업을 벌이면서 최근에는 신문로 신사옥에 콘서트홀을 만들어 다양한 공연을 열고 있다.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주 4차례 열리는 음악회를 관람하고 공연진을 격려한다고.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난 이수화학 김준성 명예회장(82)은 젊은 시절 등단했던 경험을 살려 소설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명예회장(74)과 코오롱 이동찬 명예회장(80)은 고정적으로 출근하기는 하지만 회사 업무는 각각 아들인 정몽규 회장과 이웅렬 회장에게 맡기고 친구들과 골프 바둑 등을 즐긴다.
동양화학 이회림 명예회장(85)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중요사항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