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의 임원 인사가 속속 확정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업의 입’인 홍보담당 임원(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들이 대거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 홍보를 총괄하는 이순동 구조조정본부 전무가 부사장으로, 장일형 삼성전자 상무는 전무로 한 단계씩 승진했다. LG전자 김영수 상무도 12일 인사에서 부사장에 발탁됐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 김호택이사와 기아자동차 김봉경이사가 연초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고 SK 이노종 전무와 현대 구조조정본부 김상욱 상무, 아시아나 장성지 상무가 지난해 대거 승진해 ‘CCO의 중용(重用)’을 선도했다.
이는 기업의 대외관계가 중요해지면서 홍보 인력의 역할이 그만큼 중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업무 특성상 날카로운 상황 분석력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주요 그룹의 홍보맨 출신들이 최고경영자로 발탁되는 사례도 많아 이같은 경영 환경의 변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이인호 LG애드사장과 심재혁 한무개발 사장은 LG그룹의 대표적인 CCO 출신. 제일기획 사장에서 삼성의 주력사 삼성물산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종렬 사장과 김이환 아남반도체 부사장 등도 홍보 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CCO 출신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웬만한 규모를 갖춘 기업에서는 대부분이 부사장급 대변인을 두고 대외 업무를 총괄한다”며 “한국에서도 이제 기업 대변인의 역할이 제자리를 잡아 나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종재기자>j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