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특감]日변호사의 집념 국민돈 되찾았다

  • 입력 2001년 3월 12일 18시 36분


99년 7월말 일본 국민은 한 원로 공직자의 ‘아름다운 은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3년간 ‘정리회수기구’ 사장으로 국민의 세금을 찾아주는 데 온몸을 던졌던 나카보 고헤이(中坊公平·72·사진)변호사에 대한 찬사의 물결이 일본열도를 덮었다. 그는 연임을 갈망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권력자가 되며 낡은 밀알이 썩어야 새 밀알이 나온다”는 명언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파산금융사 정리기구 맡아▼

나카보 변호사는 막대한 ‘혈세’ 등이 투입된 ‘주택금융 전문회사’의 파산처리후 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회수를 위해 만든 정리회수기구 사장에 96년7월 취임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가 이 자리를 맡았을 때만 해도 ‘통과의례’로 보는 냉소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달랐다. 그는 부동산 대출을 고리로 잘못된 공생관계를 즐겨왔던 금융기관과 악덕 대출기업, 폭력조직을 상대로 ‘부도덕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사장 취임 직후 담보 부동산을 차지하고 있는 폭력단원들을 몰아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칼잡이’들의 협박 때문에 새벽산책에도 경호원이 따라붙어야 했지만 “나의 의뢰인은 국민”이라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도덕적 신념과 국민에 대한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그가 3년 동안 회수한 금액은 15년간의 회수목표액(4조2000억엔)의 40%나 되는 1조7000억엔이었다.

▼3년간 1조7000억엔 회수▼

정경유착이 문제가 됐던 당시 일본사회에서 그는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의 활약상을 그린 ‘나카보 영웅전’이 출간돼 불티나게 팔리고 ‘나카보 사장을 지원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있다. 사장퇴임후 재야법조계로 돌아간 그는 시사잡지 기고문 등을 통해 “입으로는 인권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돈버는 데만 관심있는 변호사가 많다”며 ‘변호사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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