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불신 확산〓현대 3개 계열사에 대한 추가지원 소식이 10일 알려지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본사 및 투자펀드 등과 긴급 전화회의를 가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대표는 “정부와 채권단이 내년 대선까지 현대문제를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를 살릴 것인지, 한국경제를 살릴 것인지를 과감하게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즉 당장의 시장충격을 줄이겠다는 정치논리가 국가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것.
구조조정 의지에 대한 불신도 증폭되고 있다.
서울증권 금융담당 여인택 애널리스트는 “금융권이 시장의 논리가 아닌 정부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실로 볼 때 사실상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은 어려워졌다”며 “시장의 공신력을 의심한 외국인들이 우량 은행주를 대량 팔아치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은 고사하고 현대건설 등의 부채실사가 끝나면 잠재부실이 현실화돼 금융권의 ‘제3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
▽자금시장 해빙무드에 찬물〓현대 리스크가 커지면서 증시 폭락은 물론 지난달 회사채 시장에 불던 봄기운도 조금씩 사그라지고 있다.
현대그룹에 대한 은행여신이 늘어나면 그만큼 다른 기업에 돈이 안돌아가게 되고 현대 리스크가 전반적인 기업 신용위험도 확산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 지원으로 일선 금융기관의 신용경색은 이제 불가피해졌다”며 “최근에 해외변수까지 겹쳐 문제가 더욱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공적자금의 집행을 위한 예보채 발행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어 금리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채에 대한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BBB급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 금리 상승폭보다 50bp 가량 더 올라 있으며 그나마도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장기채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기채 거래에만 몰리고 있는 상황. 자금시장 선순환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현진·박정훈기자>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