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영이 등장하는 TV광고의 카피같다. 하지만 하이마트 선종구사장(54)은 자신감이 실린 목소리로 덧붙인다. “국내 및 해외업체의 제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철저히 교육받은 직원들이 상품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대량구매로 가격도 낮췄습니다. 전국 중소도시에 200여개 매장을 열어 어디라도 24시간안에 배달해줍니다. 이만하면 하이마트 올만한 이유 있는 거 아닙니까?”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올려 국내 가전유통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가전유통전문업체 하이마트. ‘하이마트로 가요∼’라는 광고카피가 귀에 익숙해진만큼 2년만에 복마전같던 가전유통업계에서 절대강자로 올라섰고 업계의 ‘판’을 완전히 새로 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사장은 대우전자에서 잔뼈가 굵은 가전유통의 전문가. 대우전자 국내영업과장 판매담당사업부장 인사총무담당이사 등을 거쳐 98년 1월 하이마트의 전신인 ㈜한국신용유통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월 전무를 거쳐 12월에 대표이사로 취임한 ‘새내기 사장’.
하지만 CEO로서의 리더십은 결코 ‘초보’가 아니다. 상무, 전무시절 구조조정만이 살길 이라며 사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98년과 99년 3400여명이던 직원을 정확히 절반인 1700명으로 줄였다. 대우전자의 대리점 형태였던 전국 400개 매장에서 ‘대우’의 간판을 내리고 하이마트 이름의 가전양판점을 출발시켰다. 이로인한 효율화로 엄청난 비용절감효과를 거뒀다.
“대우전자의 국내 총판권을 대행하기 때문에 대우전자와 ‘특수관계’가 아닌가 하는 오해도 받습니다. 하지만 하이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비율은 삼성 LG 대우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지분도 70%를 임직원이, 나머지 30%는 협력업체가 갖고 있는 철저한 종업원지주회사입니다. 빠르면 내년쯤 기업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
선사장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협력업체와의 ‘상생전략’. 하이마트 판매상품의 60%를 차지하는 300여개 중소기업들이 살아야 하이마트도 산다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80%의 대금을 현금결제하고 나머지 어음도 60일 이내로만 발행하며 주택은행에 보증을 서서 저리로 할인을 알선해주고 있다. 판매부분은 전적으로 하이마트가 책임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선사장은 요즘 ‘대우 시절’을 자주 떠올린다고 한다. “CEO가 돼보고 느꼈습니다. 회장 혼자 결정하고 CEO들부터 직원들까지 지시에 따르는 방식으로는 기업이 제대로 될 수 없습니다. 임직원이 모두 실제로 지분을 갖고 ‘자기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 제대로 하면 제대로 됩니다. 이렇게 잘되지 않습니까?”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