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 중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칼’을 휘두르는 주요 멤버는 대부분 유임됐다. 이른바 ‘경제팀 5대 요직’인 진부총리와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 이남기(李南基) 공정거래위원장,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들 중 이 금감위원장(재무부 및 충남 보령 출신)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옛 경제기획원과 호남출신’으로 공적, 사적으로 오랫동안 인연이 깊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신 집행부처 성격이 강한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장관에는 정치인들이 대거 기용했다.
‘진념 경제팀’의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돼온 ‘지역편중’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경제팀 5대 요직’에 이은 핵심부처인 산자부장관에 광주출신인 장재식(張在植) 의원이 임명됨으로써 ‘경제팀 6대 요직’중 무려 다섯 자리를 호남출신이 독점했다.
여기에 이번에 유임된 한갑수(韓甲洙) 농림부장관과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웬만한 장관보다 권한이 강한 안정남(安正男) 국세청장도 호남 출신. 이같은 지역편중인사에 대해 경제부처 내에서조차 “각 장관의 개인적 능력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해도 너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로 입각한 나머지 경제각료는 주로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의 지역적 기반인 충청출신이 많아 전반적으로 ‘호남―충청 지역연합’의 성격이 짙다. 자민련 의원인 오장섭(吳長燮) 건교부장관과 정우택(鄭宇澤) 해양수산부장관이 충청출신. 민주당 의원인 김영환(金榮煥) 과기부장관 등도 충청출신이다. 새 경제장관 중 영남출신은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장관뿐이다.
장재식 의원이 산자부장관에 기용됨으로써 ‘진념 경제팀’의 장점으로 꼽힌 팀워크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고등고시 7회 출신인 장장관은 고시 14회인 진부총리보다 관료입문시기가 빠르며 나이도 5세나 많다. 장장관이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경우 경제팀 내부의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 경제팀 중 김영환 정우택 장관과 장관급인 김덕배(金德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등 3명이 40대로 경제팀이 평균적으로 젊어진 점도 눈에 띈다.
이들에 대해서는 신선한 활력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시각과 관료사회에서의 마찰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기획원 관료출신인 정우택 장관의 시험 동기(행시 22회)들은 현재 대부분 초임 부이사관이나 고참 서기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언론사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장과 국세청장이 유임된 것도 눈길을 끈다.
<권순활기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