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현대건설 주총에서 김윤규 사장이 사퇴를 표명한 데 이어 김재수 부사장도 경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 이들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함께 정몽헌 회장의 대표적인 ‘가신 경영인’으로 꼽혔다.
김사장은 이날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조만간 임시주총이 열려 주주를 다시 구성할 예정”이라면서 “그 이전에라도 여건에 따라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록 일부에서 가신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33년간이나 현대건설에 근무해 만감이 교차한다”며 “어쩌면 오늘이 주총에서 의장으로 서 있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부사장도 최근 공공연하게 퇴임의사를 밝혀왔다.
김사장과 김부사장은 지난해 5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3부자 퇴진 발표 이후 ‘투톱(Two Top) 체제’로 현대그룹을 이끌어왔다.
김사장은 현대건설의 경영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맡으면서 대북(對北)사업을 지휘했다. 김 부사장은 당시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겸직하면서 현대건설의 재정 경리 기획 홍보를 총괄해왔다. 따라서 이들이 현대그룹의 유동성 문제를 거의 전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을 위한 임시주총 소집에 최소 6주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퇴진 시기는 1, 2개월 후가 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임시주총에서 현 경영진을 전면 교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김부사장이 출자전환만이 (현대건설의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최고 경영진을 설득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경영진은 출자전환 이후 대주주가 될 채권단이 선임할 예정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현대측 관계자들이 현대건설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