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마켓' 주요신문이 표적▼
▽추진 필요성에 대한 근거 못 대〓공정위가 신문고시를 발표한 일련의 과정도 정상적인 업무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공정위는 2월 8일 ‘클린마켓’ 프로젝트(포괄적 시장개선대책)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언급되지 않던 신문 방송 잡지를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대통령의 언론개혁 언급과 국세청의 신문사 세무조사 발표 직후 공정위가 거들고 나선 것.
공정위 관계자는 “언론사와 백화점을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언론사를 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문사를 조사대상으로 꼽고 공정위 전원회의 과정에서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찮았으나 모두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조차 합의되지 않은 사안들이 전원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제정한다고 발표한 시점도 급조됐다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공정위는 ‘클린마켓’ 프로젝트 발표 때 6개업종을 조사한 뒤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장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사 조사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느닷없이 신문고시를 부활한다는 카드를 내놨다. 사교육 정보통신 의료―제약 예식장―장례식장 건설 등 다른 5개 업종은 조사가 어떻게 됐는지도 감감한 상태. 제도개선 방안도 오리무중이다.
▽의견 수렴과정도 ‘졸속’〓신문고시 초안을 내놓고 관련단체에 의견을 알아본 과정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의견수렴이란 요식행위를 거쳤지만 당초 짜놓은 고시안을 지지하는 단체의 일방적인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신문협회가 낸 반대안을 숨겼고 사실과 다르게 왜곡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화관광부는 전반적으로 고시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며 신문협회도 대부분 조항에 대해 찬성의견을 내거나 이의제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문협회는 고시부활을 정면 반대했고 개별 독소조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공정위는 무가지 비중을 10%로 한 당초 안을 더 강화해 올 6월까지 20%, 12월까지 10%로 규제하고 내년 초부터는 아예 전면금지한다는 안을 자체적으로 확정했다. 신문업계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책상머리’ 궁리를 한 것이다.
▼"무가지제한 신문자율로"▼
이 안은 규개위와 실무협의 과정에서 ‘현실을 모르는 무리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10%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다가 규개위의 제지를 받은 셈이다.
▽고시 부활, 어떻게 될까〓규개위는 민간위원들 중심으로 고시 부활에 정면 반대하는 입장이다. 99년에 자기 손으로 풀어놓은 것을 다시 묶자는 공정위의 주장에 규개위원들은 한마디로 “황당하다”고 말한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 한 고시를 통과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 규개위 입장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무가지(無價紙) 제한에 대해서도 “신문사가 판촉을 위해 알아서 할 일이지 굳이 정부가 간여할 필요도, 명분도 없다”는 견해다.
▼규개위통과 사실상 힘들듯▼
규개위는 자율규제기관인 신문협회측 주장에 오히려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한 규개위원은 “정부가 고시 부활을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민간위원들의 반대의견이 거세 정부 뜻대로 통과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규개위는 상정된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제를 적용하며 소수의견을 낸 위원들이 다수의견에 승복하는 형태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