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본업' 바뀌었나…대기업 조사엔 일손 부족

  • 입력 2001년 3월 30일 23시 03분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및 부당내부거래를 바로잡는 것을 핵심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정거래위원회의 ‘존재이유’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이른바 ‘클린 마켓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6개 업종, 특히 신문 잡지 방송 등 언론사 조사에 조사요원들을 무더기로 투입하면서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맡을 인력이 모자라는 상태에 빠졌다.

공정위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사국과 경쟁국은 현재 거의 전적으로 언론사 관련 업무에 매달려 있다.

언론사에 대한 조사업무는 30대 그룹 불공정거래 조사를 하는 조사국에서 맡고 있다. 신문사 조사에는 조사국 직원 외에 독점국 등 일부 다른 부서 직원까지도 차출된 상태다. 대기업에 의한 경쟁제한업무 시정이 주목적인 경쟁국은 신문고시 제정에 매달려 있다.

공정위는 언론사, 특히 현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많이 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 3 신문’을 겨냥한 조사와 신문고시 제정에 집착하는 반면 대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심리안정 등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언론사 대부분은 중소기업 수준. 재벌 잡는 ‘큰 칼’을 중소기업에 휘두르는 ‘공권력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언론사 집중조사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1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공정위는 지금까지 경제부처 가운데도 정치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며 ‘중립적인 경제검찰’을 자부해왔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입맛’에 따라 정권에 비판적인 몇몇 신문사를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을 벗지 못하는 공정위가 앞으로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된다.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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