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문고시 보완자료]'경품제공=외화낭비' 억지논리

  • 입력 2001년 4월 3일 18시 42분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신문고시(告示)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보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신문시장 현실을 상당 부분 왜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정위가 이처럼 설득력이 약한 주장을 밝힘에 따라 4일 열리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고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공정위는 일부 ‘시민단체’ 주장을 그대로 옮기다시피 하며 자료를 만드는 등 정책 입안능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신문고시는 ‘외화낭비 막기 위한 것?’〓보완자료는 지난달 28일 열린 규개위 경제1분과위원회에서 주장한 내용과 별 다를 바 없다. 굳이 달라졌다면 군색한 사례를 삽입했다는 것. 대표적인 것이 무가지와 경품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자원낭비와 환경비용 문제를 들고나선 것.

공정위는 신문사들이 경품용으로 시계와 선풍기 같은 중국산 저가상품을 마구 들여와 외화낭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가지 인쇄 배포에 따른 자원낭비가 연 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4000억원이라는 숫자는 신문시장을 연간 1조2000억원(1000만부×1만원×12개월)으로 보고 30∼40%가 공짜신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 나온 것. 신문업계가 인정하지 않는 ‘책상머리’ 궁리를 한 셈이다.

한 민간인 규개위원은 “시장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가 예단을 갖고 짜낸 궁여지책”이라면서 “공정위가 환경문제까지 관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평가했다.

신문고시 공정위 필요성과 문제점

구 분공정위 주장문 제 점
고시 이중규제 여부-공정거래법에 근거한 것으로 추가사항이나 강화된 것 없어 -고시제정 근거 부족
-자율규제 강화 우선
자율규제 준수여부-고시폐지후 자율규제 위반 증가-강제투입은 오히려 감소
-자율규제 강화노력 따른 현상
지면확대 논쟁-광고게재 위한 불필요한 지면 확대-독자 정보제공 및 경영전략에 따른 것
국민경제 낭비 여부-무가지 배포 낭비 연 4000억원-주먹구구 계산으로 시장현실 왜곡
외화낭비 확대 -중국산 저가품 수입으로 외화낭비 확대-규제마련 위한 명분쌓기용
-불필요한 간섭
고시도입 주장-전문가 및 언론개혁단체 지지-일부 시민단체 의견 맹목 추종
-실체없는 전문가 동원 의혹
제정시기 논란-언론사 조사 처리 단기간에 불가, 고시제정을 병행 추진 -짜맞추기식 언론 압박용 카드
-4개 신문 조사 보름후 전격 발표
공동판매 관련-강제의무화 규정 없어
-현재도 2개이상 신문 취급 지국
많아
-본사 지국 합의 존중
-빅3 시장점유율 인위적 낮추기 일환
무가지 10% 제한 -자원낭비 막기 위해 불가피-신문 판촉활동에 정부개입은 규제

▽공정위, 일부 ‘시민단체’ 주장 그대로 반영〓공정위는 입맛에 맞는 자료만 동원했다. 일부 여론조사를 인용해 ‘신문구독 강요받았다’ ‘공정위 단속 필요하다’ ‘일선기자도 찬성한다’는 등 조사신뢰성이 의문시되는 주장들을 그대로 담았다. 심지어 “신문고시 제정 비판기사는 기자의 판단이 아니라 신문사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전문가와 언론개혁단체가 신문고시 도입을 주장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주장을 그대로 본뜬 자료를 만들어 ‘의도가 있는’ 정책추진 사안이라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규개위 통과 난망〓공정위 경쟁국이 만든 10쪽짜리 자료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논리적인 주장들이 많이 실려 있다. 정책당국자의 판단능력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악하기까지 하다. 신문업계가 자율규제하기로 한 무가지 비중을 신문협회 주장(20%)과 언개련 주장(0%)을 합쳐 단순평균한 10%로 정했다.

규개위 민간위원들은 한결같이 굳이 신문고시가 필요하다면 차분하게 공청회를 열면서 이해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언론장악을 위한 ‘외곽 때리기’ 의도가 아니라면 왜 이렇게 각본에 따라 추진하는 것처럼 5월부터라는 시점을 정해 강행하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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