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다국적 M&A' 보고서]한국 '불난집 물건팔기'式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9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부실기업 자산을 처리함으로써 단기자금난은 해결했지만 다국적 기업합병(M&A)을 통한 경제회복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가 나왔다.

IMF는 4일 계간지 ‘금융과 개발(Finance & Development)’에서 ‘동아시아의 다국적 기업 인수합병 동향’과 ‘동아시아의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정부의 진작책에 따라 다국적 M&A가 대폭 확대되면서 부실기업의 자산이 외국인들에게 장기적 자산가치 또는 장부상 가치의 25∼80%에 팔렸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수익성 있는 부(富)’가 외국인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태국 등의 국가가 다국적 M&A를 통해 급속한 탈출을 기대했으나 아직까지 M&A성과에 걸맞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부실기업 처리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됐다. 회생가능 기업에 대해 채권자가 계속 자금을 대주면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영국식 외환위기 탈출법’(London Approach)이 적용된 한국기업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장기투자 유치에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기업들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은 미흡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의 ‘출자전환 방식’은 기존 ‘재벌’들의 족벌적 경영세력을 축소하는데는 일정한 효과를 거뒀으나 기업들이 비핵심 사업영역 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한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기업의 사외이사제, 소액주주권의 확립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보고서는 또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다국적 M&A가 주로 부동산 금융분야 등 비(非)교역 분야에 치우쳐 수출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으며 인수기업과 피인수기업의 문화적 충돌로 기대한 만큼의 시너지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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