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본보기자 출입금지 파문]간부들 "모르는일" 발뺌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36분


공정거래위원회가 동아일보의 취재를 한때 막은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풀이된다. 특히 공정위가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내용을 문제삼아 취재현장에 기자가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공정위 발족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공정위측은 9일 저녁 발행된 본보 10일자 가판에 이 사안이 보도되자 “간부회의에서 결정했다”고 ‘공식해명’하면서 이남기(李南基)위원장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위원장 역시 “나는 사전에 전혀 몰랐다”며 ‘취재봉쇄’ 간여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보도되기 직전인 9일 오후만 해도 공정위측은 ‘결정 주체’를 밝히지 않아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조학국(趙學國)사무처장은 “실무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들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실무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문제의 ‘동아일보 출입기자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붙었다”며 당혹해했다. 어떤 경우든 공정위 간부들이 ‘조직적 취재 방해’를 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정위측은 언론사 조사 및 신문고시 제정 움직임이 나타난 뒤 동아일보가 일반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줄기차게 지켜온 비판적인 보도성향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특히 본보가 △신문고시 부활 움직임 △언론사 조사시한 연장 △사실상의 신문공동판매제도 추진 등 몇가지 핵심적인 사안을 공정위 공식발표 전에 보도하면서 ‘공정위의 공정성’에 ‘메스’를 들이대고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불쾌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신문고시안이 규제개혁위원회로 넘어간 뒤 본보가 민간 위원들의 의견을 취재해 신문고시안의 ‘독소조항’을 조목조목 지적한 뒤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일부 공정위 당국자들은 이 과정에서 취재기자에게 폭언을 퍼붓는 등의 ‘행패’도 서슴지 않았다.

신문고시 제정을 주도하는 공정위 안희원(安熙元) 경쟁국장이 보여준 행태는 대표적이다. 안국장은 본보가 지난달 30일자에 보도한 ‘이중규제 가능성 커 신문고시 명분없다’는 기사중 ‘실무자’의 말을 빌려 “신문고시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실무자도 처리하기 어렵다”는 내용과 관련, 취재기자에게 “내가 사표를 쓰기로 했으니 실무자가 누군지 밝히라”는 ‘상식 이하의 요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취재기자에게 ‘반말’로 고함을 치는 고압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 위원장도 공정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가 잇따라 나가자 “내부에서 이견이 없도록 하라고 했는데도 자꾸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기사가 나온다”며 담당국장 및 실무자들을 질책하고 ‘입단속’을 강력히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과장은 본보가 비판적인 기사를 계속 내보내자 취재기자에게 “이런 식으로 자꾸 보도하면 더 이상 출입기자로 상대를 안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권순활·최영해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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