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내대학 기업윤리, 전문교수-연구인력 부족

  • 입력 2001년 4월 9일 18시 52분


‘한국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을 찾아 분석하시오.’

매년 2학기 연세대 경영학부에 개설되는 ‘기업윤리’ 강좌에서 학생들에게 출제되는 과제다. 94년 처음 시작된 이 강좌는 매년 학생들 20개 팀이 윤리적 기업을 찾아내 보고서를 쓰고 발표와 투표를 거쳐 선정된 기업인에게 ‘연세 기업윤리자 대상’을 주고 있다.

기업윤리 담당이자 BK21사업 기업윤리사업팀장인 주인기 교수는 “경영학과 학생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강의를 개설했으며 수업시간 중 거론된 윤리적 경영인들에게 간단한 상을 주려던 것이 의외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윤리기업 칭찬 시스템’인 셈이다.

역대 수상자는 △교보생명 신용호 회장(96년) △유한킴벌리 문국현 사장(97년) △한국도자기 김동수 회장(98년)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99년 6월) △정립전자 이주영 사장(99년 12월) △한국유리공업 김성만 사장(2000년) 등.

미국의 경우 750여개 대학 및 경영대학원에서 기업윤리를 교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연세대 한기수 교수(경영학)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9년 현재 한국의 주요 국립대 10개, 사립대 20개 대학 경영학부 중 윤리나 가치관에 대한 교과목이 개설된 대학은 22개 대학. 94년에 비해 배나 늘어나 기업윤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전문 교수 및 연구 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경영대에서 기업윤리를 담당하고 있는 문형구 교수는 “아직도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과연 윤리적일 수 있느냐’며 ‘기업윤리’라는 말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기업윤리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는 지금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기업윤리를 가르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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