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서 LG텔레콤의 증자에 참여키로 한 LG전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LG전자가 잘 나가는 형이라면 LG텔레콤은 적자투성이의 동생. 여기에 ‘어려운 아들’을 챙기려는 그룹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맏형 LG전자의 앞날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 2월6일 LG전자는 기업설명회를 열어 “LG텔레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이달 10일 참여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발표가 있은 다음날 종합주가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LG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LG텔레콤의 지분 28.1%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굴레를 벗지 않는한 당분간은 주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LG그룹은 IMT―2000 비동기식 사업자에서 탈락한 LG텔레콤의 사업비전이 약하다고 판단, 한국통신 등에 매각하려 했다.전자측은 당시만 해도 매각협상이 잘 진행될 것으로 보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통신시장이 위축되면서 시장점유율이 14%에 불과한 텔레콤의 매력은 사라져 버렸다. 매각이 사실상 물건너가고 이번에는 정부의 독려로 IMT―2000 동기식 사업자로의 진출까지 본격화하면서 텔레콤은 졸지에 돈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현대증권 최인호 연구위원은 “문제는 이번 한번 뿐이 아니라 앞으로도 LG텔레콤의 신규사업 진출로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자금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출연금을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신규사업에 진출하려면 당장 2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
이번 증자에서는 무더기 실권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위원은 “지분 24%를 보유한 2대 주주 브리티쉬텔레콤(BT)가 아직 증자에 참여할 뜻을 밝히지 않은데다 발행가가 5000원으로 시세보다 비싸 LG전자의 참여분 외에는 실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