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1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린 신문고시 수정안은 외견상으론 당초보다 후퇴한 듯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독소조항을 더욱 강화시켜 규개위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공정위는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3’ 신문사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할 수 있는 초법적 규정을 그대로 고수했으나 규개위 민간위원들은 공정위가 자의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어 문제조항을 손질했다.
공정위는 규개위원들 사이에 무가지 비중 제한이 ‘경영활동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 비중을 3개월까지 15%(당초 10%)로 한다고 수정했다. 이것도 신문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커질 우려가 있어 최종결정은 전원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공정위가 끈질기게 고시제정에 집착하는 반면 규개위원들은 “공정위가 왜 이리 서두르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시 부활여부도 원점에서 ‘다시’〓3차회의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고시를 이처럼 서둘러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신문고시 제정이 이미 공정위 선을 넘어서 사회 및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된 마당에 2년 전에 규개위가 없앤 규제를 다시 살릴 만한 이유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강정(鄭剛正)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은 “전원회의에서 고시제정 시기에 대해 처음부터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과위는 의견을 덧붙일 뿐 아무런 권한이 없으며 전원회의에서 모든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3일 전원회의에서는 고시 제정의 필요성과 부활여부 및 제정시기 등을 둘러싸고 광범위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분과위 2차 회의에서는 위원들간 고시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지만 전원회의에서는 처음부터 논의하므로 고시를 지금 만들지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가지 비중 획일적 규제 제동〓무가지 문제도 결론을 전원회의에서 내리기로 미뤘다. 공정위는 1, 2차회의 때 규개위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지적을 당한 무가지 비중을 기존의 10%에서 ‘지국 사업자 영업개시 후 초기 3개월까지 15%, 이후 10% 유지’로 바꿨다. 당초 안인 10%선을 사실상 고수한 것으로 무가지를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개위원들은 “신문사 무가지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은 기업 경영활동에 개입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무가지 비중을 고시로 얽어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 민간 규개위원은 “무가지 비중이 9%이면 공정거래이고 11%이면 불공정거래라는 단순한 셈법이 어디 있느냐”며 공정위의 임의적인 잣대를 강력 비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공정위가 기업 판촉활동에까지 간여하려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안도 전원회의에서 처음부터 재론하기로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공정위 고시안이 무색해졌다.
▽‘빅3 목조르기’ 월권조항도 제지〓‘초법적인 독소조항’이라며 ‘정치적인’ 의도 의혹을 불러일으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보완도 이뤄졌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빅3’를 공정위가 독과점사업자로 규정해 판매가 광고료 등을 결정하는 행위를 지위남용 행위로 몰아세우는 것에 대해 규개위가 제동을 건 것.
공정위는 ‘빅3’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지 않더라도 사실상 시장지배사업자로 간주해 고시에서 이들의 사업활동을 규제하도록 했으나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지 않을 경우 독과점 사업자로 몰지 못하도록 했다. 민간위원인 김일섭(金一燮) 한국회계연구원장은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는 기준을 고시에서 맘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정위 발상은 행정부처의 권한을 넘어선 초법적 일탈(逸脫)행위”라며 “(공정위의) 대표적인 권한남용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규개위는 공정위가 규제의 칼날을 마음대로 댈 수 있는 조항들을 상당부분 수정했다. ‘일방적으로’란 표현 대신 ‘사전 협의 없이’로 바꿨고 ‘부당하게’란 문구엔 ‘정상적인 관행에 비춰볼 때’를 넣어 ‘엿가락’ 적용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다.
▽고시 제정 어떻게 되나〓공정위는 끝까지 밀어붙이려 하지만 분과위가 제동을 건 데다 전원회의에서도 ‘제로베이스’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고시제정 여부는 아직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미 분과위에서 걸러진 사안들이 독소조항을 품고 있는 것들이어서 설령 고시가 통과된다 하더라도 공정위로서는 다소 ‘맥빠진’ 작품으로 둔갑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영해·문권모기자>moneychoi@donga.com
규개위 경제1분과위의 신문고시(告示) 의견 | ||||
구분 | 공정위 수정안 | 규개위 분과위 의견 | ||
지국에 무가지(無價紙) 제공 허용 범위 | 지국사업자 영업개시 후 초기 3개월간은 15% 이내, 그후는 10% 이내를 그대로 유지 | -신문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상향조정 필요 -최종결정은 전원회의에서 하기로 | ||
시행시기 | 5월 1일 | -시행시기 너무 서두를 필요 없음 -전원회의에서 결정 | ||
강제투입 허용기간 | 7일 | 이견 없음 | ||
신문사와 지국간 불공정거래행위 규제행위 추가 | ||||
①신문 발행업자가 일방적으로 신문판매업자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행위 금지 ②신문발행업자가 판매업자에게 신문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게 자기, 특수관계인, 또는 계열회사가 발행하는 신문, 잡지 또는 다른 출판물을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 금지 | ①은 너무 모호한 표현이 많아 삭제 | |||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 독과점지위 신문사(빅3)의 판매가격, 광고료, 지국 공급가 제한 | -독과점지위 신문사로 ‘추정되는’ 부분이 자의적이므로 ‘추정되는’을 삭제 -빅3 신문사를 독과점으로 몰기가 곤란함 | ||
공동판매 허용 | 지국에 경쟁사 신문을 못 팔도록 하면 안 됨 | 이견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