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협상 타결은 금융구조조정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하면서 국가신인도와 침체된 증시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
그러나 신설법인을 세우는 법적인 문제와 합병은행장의 선임, 뉴욕증시 상장 등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어 ‘합병은행’이라는 옥동자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산고(産苦)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합병 추진과정에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할 뻔했던 두 은행간의 줄다리기는 합병 이후에도 적잖은 후유증으로 남을 전망이다.
▽타결될 때까지〓팽팽하던 대치 국면에서 국민은 ‘명분’을, 주택은 ‘실리’를 선택하면서 한발씩 서로 양보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당초 합병추진위원회 안과 달라진 것은 존속법인을 국민은행으로 하기로 했던 것에서 새로운 신설법인을 세워 양 은행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 얼핏 국민은행이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대한 제도상의 제약이 있는 경우 존속법인을 국민은행으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존속법인이 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합병비율에서는 당초 합추위 안보다 주택은행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났으며 현재 주가 기준으로 합병 비율이 1.5대 1인 점을 감안해도 주택은행이 실리를 톡톡히 챙겼다는 지적.
CSFB의 하선목 애널리스트는 “주택은행은 합병비율에서 상당한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이며 국민은행은 존속법인의 가능성과 합병은행명을 얻어내면서 서로 윈윈(win―win)이 되는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합추위는 지난달 28일 회의를 열어 합병비율과 존속법인 등 주요사항에 대해 의결안을 내놓았지만 주택은행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9일 밤부터 금감위의 중재로 두 은행장이 직접 협상에 나서 이틀 만에 대타협에 이르게 된 것.
▽향후 과제〓앞으로 두 은행은 이사회 절차를 거쳐 합병계약을 승인하면 두 행장이 1주일 내에 합병계약서에 공식 서명하게 된다. 이후 합추위 내에서 늦어도 8월까지 행장을 내정하면 10월 중 합병승인 주총을 열어 합병은행장을 승인한 뒤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국민 주택은행의 합병 신설법인의 뉴욕증시 상장과 관련해 9월말까지 양 은행의 재무제표를 미국 회계기준으로 개편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범수 합추위 간사위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유효선언 취득이 다소 늦어질 경우 합병은행 출범이 늦어질 수 있다”며 “또 현재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경우 소액주주의 주식매수 청구권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합병은행장의 선정과 관련해선 이번 협상과정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혀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두 은행이 또 한차례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신설법인을 만드는 데 발생할 법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아 제대로 신설법인이 세워질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편 두 은행의 본계약 협상 타결은 은행주 전반에 대한 매수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여 위축된 주식시장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